[앵커]
한국 추상화단의 거목 박서보 화백이 70년 화업을 돌아보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신작을 발표하며 전시 제목처럼 수행자다운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박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캔버스 위에 검고 빨간 물감이 거칠게 흩뿌려졌습니다.
1957년 작품으로 한국 사회 곳곳에 깊게 배인 전쟁의 상처를 표현했습니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옷만 남은 군상이 한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1970년 선보인 설치물로 당시 반정부적이라는 이유로 강제 철거당했다 다시 제작했습니다.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작품 한 점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생존 화가인 박서보 화백이 70년 미술 인생을 돌아보는 대규모 전시를 열었습니다.
<박서보 / 화백> "때로는 내가 숨겨 두고 싶었던 것들도 다 드러내고 모든 살아오는 과정을 다 드러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발가벗고 서 있는 입장입니다."
연필로 수천번을 긋는 대표적 기법의 작품들과 막대기로 파인 면을 만드는 후기 작품을 비롯해 뇌경색을 앓는 가운데서도 조수의 도움 없이 혼자 완성한 신작들도 전시됐습니다.
구순을 앞두고도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의 자세로 그림을 그려 온 박 화백은 결국 비워내야 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서보 / 화백> "나라는 것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쉬어갈 수 있고, 그것이 수신을 향한 그림의 도구가 아니겠느냐."
이번 전시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열려 세계 무대에 한국 추상미술을 소개하려 애쓴 박 화백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박효정입니다.
bako@yna.co.kr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