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미국 대사관도 쫓기듯 아프간 철수…"사이공 함락 방불"

세계

연합뉴스TV 미국 대사관도 쫓기듯 아프간 철수…"사이공 함락 방불"
  • 송고시간 2021-08-16 10:48:11
미국 대사관도 쫓기듯 아프간 철수…"사이공 함락 방불"

[앵커]

아프가니스탄 정권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면서 미국 대사관도 완전 철수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탈레반의 빠른 진격에 쫓기듯 대사관 직원들을 대피시키면서 미국 역사상 최대 굴욕으로 꼽히는 사이공 함락 당시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워싱턴 이경희 특파원입니다.

[기자]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 상공에 미군 헬기가 끊임없이 오갑니다.

대사관 인력을 공항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대사 등 핵심 인력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던 조 바이든 정부는 예상을 뛰어넘는 급박한 상황 전개에 17일까지 전원 철수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기밀자료는 소각하거나 분쇄하고, 탈레반의 선전 도구로 사용될 우려가 있는 대사관 로고, 미국 국기도 처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이 모습이 마치,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굴욕으로 꼽히는 1975년 베트남 사이공 함락 당시 탈출작전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아프간 정부의 무능력에 있다며 미국이 아프간에 더 남는 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 미국 국무장관> 우리와 국제사회가 20년 넘게 아프간 군대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그 중에는 탈레반이 갖고 있지 않는, 가장 현대적이고 정교한 장비도 있습니다. 그리나 불행히도 아프간 정부군은 나라를 지키지 못했고 그것이 왜 상황이 이처럼 빨리 전개됐는지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안전하고 질서있는 감축 공언이 무색하게 쫓기듯 철수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철군 결정을 지지하던 미국 국내 여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진격 속도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대피책도 온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미 국방부는 지난주 금요일까지도 수도 카불은 아직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은 탈레반의 활동이 잦아드는 겨울을 기다리지 않고 서둘러 철수 결정을 내린 건 전략적인 실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의 귀환'을 기치로 내걸고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재건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아프간 철수 이후 상황이 국제사회 여론에서도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이경희입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