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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 "좋은 날 다시 만나자"…눈시울 붉힌 구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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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뉴스현장] "좋은 날 다시 만나자"…눈시울 붉힌 구호대
  • 송고시간 2023-02-21 15:01:49
[뉴스현장] "좋은 날 다시 만나자"…눈시울 붉힌 구호대

<출연 : 소재형 기자·원도연 구호대장>

튀르키예에서 규모 7.8 강진이 일어난 지 2주일 만에 또다시 규모 6이 넘는 여진이 발생해 피해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현장을 직접 취재한 소재형 기자와 일주일 넘게 긴급구호 활동을 펼치고 귀국한 원도연 구호대장 두 분 모시고, 튀르키예의 현지 상황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1> 소 기자. 튀르키예 특파원으로 현지 취재 다녀왔는데, 직접 눈으로 본 그곳 상황 어땠습니까?

<소재형 / 기자>

네, 정말 처참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번 지진 피해, 튀르키예 10개 주에 걸쳐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힐 정도로 피해 입은 지역 많았는데요. 특히, 하타이주 안타키아라는 도시의 피해 상황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이 안타키아라는 도시는 우리 긴급구호대가 활동했던 지역인데요. 우선 도시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튀르키예 전역에서 몰려드는 구호 차량과 중장비, 그리고 친척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구조하려는 사람들이 도로에 꽉 들어차면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는데요. 이렇게 겨우 들어가 보니, 정말 도시 전체가 폭삭 무너져 내려있었습니다. 인구 20만 정도의 도시인데요. 거리 전체가 무너져 내려서 도시 내부의 길목이 막혀있는 건 물론이고, 기울어진 건물은 언제라도 여진이 오면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있었습니다. 또 다른 지역인 이스켄데룬과 카라만마라슈에서도 건물이 무너진 현장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카라만마라슈에서는 아파트 12개 동이 한꺼번에 무너진 현장 볼 수 있었는데요. 현지 주민과 구조대원 등에 따르면 그곳에 제가 취재 갔을 당시 2천명이 넘는 주민이 매몰돼 있다고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그냥 눈으로 보기엔 건물 잔해더미에 불과한데 이 밑에 수천 명의 사람이 깔려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그런 현장이었습니다.

<질문 2> 소 기자, 정말 그곳 상황 들어보니까 안 좋았던 것 같은데 사망자가 많았잖아요? 왜 이렇게 사망자 많았던 겁니까?

<소재형 / 기자>

네, 현재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집계된 사망자만 4만7천여명에 달하고, 파괴됐거나 철거가 필요할 정도로 손상된 건물은 10만개가 넘는데요. 우선, 강진이 처음 온 시간이 새벽 4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고 있을 시간인데요. 미처 대피할 시간도 없이 무너지는 건물에 매몰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튀르키예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친척들이 함께 모여서 20명, 30명씩 한 건물에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건물 하나가 무너지면 이렇게 모여 살던 대가족이 한꺼번에 매몰되는 겁니다. 인명피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질문 3> 대장님 역시 구조, 수색 임무 역할을 하고 귀국한 지 이제 3일 정도 지났는데요. 아직 그때의 감정, 여운이 사라지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귀국 후의 마음은 어떠셨는지요?

<질문 4> 구호대가 귀국한 후 뒤늦게 튀르키예가 구호대에게 전달한 감사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구호대도 해당 영상에 비행기 안에서 눈물을 짓기도 했던데, 어떤 영상이었길래 감동을 안겨줬던 건가요?

<질문 5> 그런데 무너진 건물에서도 매몰자들이 속속 구출됐잖아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구호대원들의 노력이 참 많았을 것 같은데요.

<소재형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인 118명의 긴급구호대를 튀르키예 현지로 보냈죠. 매몰자 8명을 구조해내는 성과도 거두고, 현지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죠. 사실 우리나라 구호대원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구조대원들 정말 대단한 일을 했는데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진 발생 10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요. 한 4층짜리 건물을 봤는데, 주민 한 명이 저기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튀르키예 구조대원들이 와서 확인을 하는데, 건물 사이 틈으로 들어가는거에요. 그게 사실은 4층짜리 건물이 아니라 5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알고 보니까 2층만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던 겁니다. 바로 거기 2명이 매몰돼 있었던데요. 살아있었습니다. 8살짜리 딸과 아버지였는데요. 그런데 구호팀이 그 좁디 좁은 2층 틈 안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여진이 오면 자신이 매몰될 수 있는데 거기서 장비를 사용해서 걸리적거리는 것들, 그러니까 건물을 떠받치고 있던 사실상 3, 4, 5층을 떠받치고 있는 지지대를 제거하면서까지 그 2명을 구조해내는 것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질문 6> 특히 우리 구호대가 본격적인 구조작업을 시작한 게 9일 새벽이었는데요. 짐도 풀기 전에 새벽 답사길에 생명을 구한 일도 감동을 안겨줬습니다.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주신다면요?

<질문 7> 긴급구호대가 현지인들로부터 뜨거운 감사 응원을 받은 건 그만큼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를 해줬기 때문일 텐데요. 구호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질문 8> 지진 피해 지역 이렇게 어려운 사람 많지만, 본인이 취재하면서 어려웠던 것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소재형 / 기자>

네, 어려운 것 많았습니다. 아까 안타키아 지역 말씀드렸는데, 그곳은 전기와 통신, 수도와 가스가 다 끊겼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씻을 수도 없고, 상업적 거래도 사실상 마비된 상태여서 돈이 있어도 뭔갈 사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텔도 당연히 없어서 차량에서 잘 수밖에 없었고요. 그리고 건물 잔해들이 곳곳에 있다 보니까, 삐져나온 철근이나 유리처럼 날카로운 것들이 많아서 물리적으로 지나다니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다만, 아다나나 가지안텝 같은 다른 지역에서는 지진이 도시 전체를 덮친 건 아니어서 전기 등 일부 기능들이 살아있었고요. 호텔도 운영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 호텔들도 내부에는 곳곳에 금이 가 있는 곳이 많았는데요. 강진이 두 차례 발생한 뒤 여진도 많이 나지 않았습니까? 여진이 심했으면 자칫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당연히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참 아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질문 9> 이야기를 들으니까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우리 구호대와 취재진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구조대원들의 노력도 빛을 발하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구호물자 쏟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현장에 구호물자들은 잘 오고 있습니까?

<소재형 / 기자>

조금 뒤 말씀 드리겠지만 특정한 물품을 빼고 정말 구호물자 충분합니다. 튀르키예 현지에서 조달된 빵과 물은 산처럼 쌓여있고, 옷과 이불도 길에 뿌려놓고 알아서 가져가게 할 정도로 물자가 풍족합니다. 저희도 이재민 캠프에 취재간 적이 있는데, 함께 배식되는 식사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식량은 충분했습니다. 이재민들이 먼저 나서서 취재진에서 먹을 것을 권했을 정도니까요.

배고픔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추위입니다. 건물이 다 무너지다 보니까 사람들은 임시로 마련된 텐트 안에서 머물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길 밖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거리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경우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하는 침낭이라든지 핫팩 반드시 필요한데 정말 부족했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천막이나 텐트도 부족했습니다.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이재민만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이들이 추위를 피하며 머물 수 있는 곳 마련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원이 필요합니다.

<질문 10> 방금 전에 말하는 것 들어보니까 튀르키예 전역에서 물자들은 자발적으로 꽤 많이 모인 것 같은데요?

<소재형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처음 발을 디딘 곳이 인근에 있는 카이세리라는 곳인데요. 그곳은 지진으로 인한 큰 피해가 없었던 곳인데요. 카이세리에 있는 중앙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큰 트레일러 차량이 한 대 서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물이며 옷가지며 식량이며 구호물자를 나르는 모습을 보게됐습니다. 현지 주민에게 물어보니까, 누구도 시키지 않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사온 것들이라고 말하던데요. 심지어 마트를 갔었는데, 지진 피해지역으로 가는 취재진인 걸 알고 마트 직원이 사재를 털어서 그 마트에 있는 휴지며 기저귀며 생수 등 생필품들을 지진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꼭 전달해달라며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질문 11> 지진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꾸준한 지원도 중요할 텐데요. 현재 한국 긴급구호대 2진이 튀르키예에 구호물품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된 지원이 필요해보이는데요. 현재 튀르키예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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