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이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지난 2011년 축구선수 차두리를 모델로 한 대웅제약의 간장약 ‘우루사’ 광고 CM송입니다.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에 ‘간 때문이야’라는 단순한 문구를 붙여 세간의 화제를 모았죠.
당시 우루사 인지도가 낮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우루사 = 간장약’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대웅제약과 우루사를 생각하면 어떤 동물이 떠오르나요.
자연스레 ‘곰’이 생각날 겁니다.
사명에 곰 ‘웅(熊)’자를 쓰기도 하고, 대웅제약과 우루사를 홍보하는 각종 광고에서 곰이 종종 등장한 영향이겠죠. 또 우루사라는 제품명이 라틴어로 곰을 뜻하는 ‘우르수스(ursus)’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루사에 곰쓸개(웅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루사에는 곰이 없습니다. 곰이 아닌 다른 동물의 쓸개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대웅제약의 우루사와, 동물유래의약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 우루사에 곰이 없다고?…소 쓸개즙에서 시작
우루사의 주성분은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입니다. UDCA는 간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담즙 분비를 촉진해 독성 담즙산 등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노폐물과 독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습니다.
대웅제약이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내용의 CM송을 만든 것도 해독 작용을 하는 간 기능이 원활해야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루사의 UDCA가 웅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곰쓸개 자체에 UDCA가 들어있는 건 맞지만, 우루사의 UDCA는 소 쓸개즙(우담)에서 시작됐습니다.
왜 우루사의 UDCA가 곰이 아닌 소 쓸개즙에서 시작됐는지, 잠깐 과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스웨덴의 한 생화학자가 1902년 북극곰 쓸개즙이 간 질환을 일으키는 독소와 피로물질을 배출시켜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체중 200kg이 넘는 곰에게서 나오는 웅담은 200g에 불과하기 때문에 50년 넘게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일본의 한 제약사가 곰이 아닌 소 쓸개즙에서 UDCA의 추출과 정제에 성공한 후, 1960년대 들어 의약품으로 개발했습니다. 대웅제약은 일본에서 이 UDCA를 수입해 우루사를 만들다가 1980년대 자체 합성으로 국산화했습니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닭 벼슬·연어 정자로 만든 약…‘동물유래의약품’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닭 쓸개에서도 UDCA를 추출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동물에게서 의약품의 성분을 추출하고 일반·전문의약품으로 만드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를 ‘동물유래의약품’이라고 합니다.
동물유래의약품의 성분만 200종에 달합니다. 앞서 설명한 소와 닭, 그리고 돼지는 물론이고요. 말, 양, 뱀, 연어 등 대상 동물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떤 동물의 어떤 조직으로 어떤 의약품을 만드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돼지의 피부와 췌장에서 젤라틴(혈액응고제)과 인슐린(당뇨병치료제)을 얻고 있습니다. 말의 혈청에서는 면역세포글로불린을 추출해 각종 항체바이오의약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말의 오줌에서 얻어진 에스크로겐은 여성호르몬제로 쓰이고 있고요.
동물유래의약품 중에선 ‘이런 조직까지 쓴다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닭의 벼슬에서는 히알루론산나트륨(HA)을 추출할 수 있는데요. 이는 각종 점안제와 화장품 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연어와 송어의 정액·정소에서 추출한 PDRN이라는 물질은 통증·화상·안과용 치료제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뱀장어 갑상성호르몬에서 엘카토닌(골다공증치료제)을, 양 고환에서 히알우로니다제(통증·성형·안과용 치료제)를, 사향고양이의 향선낭 분비물에서 사향(강심·진경제)을 추출해 의약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흔히 접하는 동물유래의약품…과연 안전한가?
동물유래의약품의 원료는 동물의 조직에서 단순한 유효 성분의 추출 및 정제의 공정을 거쳐 제조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의 바이러스나 미생물이 감염된 조직이 일부 혼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혈액응고방지제로 사용되는 헤파린나트륨(돼지 내장 추출 성분) 주사제 중 불순물이 함유된 제품이 유통되면서 미국에서 수십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유래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사전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5월부터 모든 원료 의약품,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신고에 대해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바이러스 불활화’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동물유래 바이러스가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고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동물유래 원료를 함유한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바이러스 불활화·부정시험은 환자의 복약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인 셈입니다.
또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동물유래성분약물은 의약품 포장 용기에 성분명, 기원동물, 사용 부위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거나 종교적 신념,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이라면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웅제약 #우루사 #곰 #소 #닭 #동물유래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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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로는 간 때문이야~’. 이 노래를 기억하시나요?
지난 2011년 축구선수 차두리를 모델로 한 대웅제약의 간장약 ‘우루사’ 광고 CM송입니다.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에 ‘간 때문이야’라는 단순한 문구를 붙여 세간의 화제를 모았죠.
당시 우루사 인지도가 낮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우루사 = 간장약’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대웅제약과 우루사를 생각하면 어떤 동물이 떠오르나요.
자연스레 ‘곰’이 생각날 겁니다.
사명에 곰 ‘웅(熊)’자를 쓰기도 하고, 대웅제약과 우루사를 홍보하는 각종 광고에서 곰이 종종 등장한 영향이겠죠. 또 우루사라는 제품명이 라틴어로 곰을 뜻하는 ‘우르수스(ursus)’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루사에 곰쓸개(웅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루사에는 곰이 없습니다. 곰이 아닌 다른 동물의 쓸개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대웅제약의 우루사와, 동물유래의약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 우루사에 곰이 없다고?…소 쓸개즙에서 시작
우루사의 주성분은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입니다. UDCA는 간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담즙 분비를 촉진해 독성 담즙산 등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노폐물과 독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도록 돕습니다.
대웅제약이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내용의 CM송을 만든 것도 해독 작용을 하는 간 기능이 원활해야 피로가 쌓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루사의 UDCA가 웅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곰쓸개 자체에 UDCA가 들어있는 건 맞지만, 우루사의 UDCA는 소 쓸개즙(우담)에서 시작됐습니다.
왜 우루사의 UDCA가 곰이 아닌 소 쓸개즙에서 시작됐는지, 잠깐 과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스웨덴의 한 생화학자가 1902년 북극곰 쓸개즙이 간 질환을 일으키는 독소와 피로물질을 배출시켜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체중 200kg이 넘는 곰에게서 나오는 웅담은 200g에 불과하기 때문에 50년 넘게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일본의 한 제약사가 곰이 아닌 소 쓸개즙에서 UDCA의 추출과 정제에 성공한 후, 1960년대 들어 의약품으로 개발했습니다. 대웅제약은 일본에서 이 UDCA를 수입해 우루사를 만들다가 1980년대 자체 합성으로 국산화했습니다.

◇ 닭 벼슬·연어 정자로 만든 약…‘동물유래의약품’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닭 쓸개에서도 UDCA를 추출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동물에게서 의약품의 성분을 추출하고 일반·전문의약품으로 만드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이를 ‘동물유래의약품’이라고 합니다.
동물유래의약품의 성분만 200종에 달합니다. 앞서 설명한 소와 닭, 그리고 돼지는 물론이고요. 말, 양, 뱀, 연어 등 대상 동물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떤 동물의 어떤 조직으로 어떤 의약품을 만드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돼지의 피부와 췌장에서 젤라틴(혈액응고제)과 인슐린(당뇨병치료제)을 얻고 있습니다. 말의 혈청에서는 면역세포글로불린을 추출해 각종 항체바이오의약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말의 오줌에서 얻어진 에스크로겐은 여성호르몬제로 쓰이고 있고요.
동물유래의약품 중에선 ‘이런 조직까지 쓴다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닭의 벼슬에서는 히알루론산나트륨(HA)을 추출할 수 있는데요. 이는 각종 점안제와 화장품 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 연어와 송어의 정액·정소에서 추출한 PDRN이라는 물질은 통증·화상·안과용 치료제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뱀장어 갑상성호르몬에서 엘카토닌(골다공증치료제)을, 양 고환에서 히알우로니다제(통증·성형·안과용 치료제)를, 사향고양이의 향선낭 분비물에서 사향(강심·진경제)을 추출해 의약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흔히 접하는 동물유래의약품…과연 안전한가?
동물유래의약품의 원료는 동물의 조직에서 단순한 유효 성분의 추출 및 정제의 공정을 거쳐 제조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의 바이러스나 미생물이 감염된 조직이 일부 혼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혈액응고방지제로 사용되는 헤파린나트륨(돼지 내장 추출 성분) 주사제 중 불순물이 함유된 제품이 유통되면서 미국에서 수십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유래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사전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5월부터 모든 원료 의약품,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신고에 대해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바이러스 불활화’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많은 동물유래 바이러스가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고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동물유래 원료를 함유한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바이러스 불활화·부정시험은 환자의 복약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필수 절차인 셈입니다.
또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라 동물유래성분약물은 의약품 포장 용기에 성분명, 기원동물, 사용 부위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거나 종교적 신념,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이라면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웅제약 #우루사 #곰 #소 #닭 #동물유래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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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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