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공장에 쌓인 전자폐기물[출처=BBC][출처=BBC]


태국 동부의 한 공장에 고철과 오래된 키보드, 전선 등 전자 폐기물이 산을 이루며 뒤엉켜 있습니다.

태국 산업부 소속 티티파스 초데차차이눈은 폐기물 샘플을 채취해 조심스럽게 봉투에 담습니다.

그는 “이 회사는 전자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허가를 갖고 있지 않다"며 "태국에서 이 문제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BBC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불법 전자 폐기물 수입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최근 태스크포스를 꾸려 매주 무허가 공장을 급습 점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이 전자 폐기물의 주요 수입국이었지만, 2018년 중국이 수입을 금지하면서 폐기 업체들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눈을 돌렸습니다.

태국 또한 2020년 전자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감시가 미치지 않는 농촌 지역에서 몰래 폐기물을 수입해 오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어스 태국’에 따르면, 전자 폐기물 유입량은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 이전에는 연간 약 3천 톤이었지만, 현재는 6만 톤으로 10년 사이 20배 증가했습니다.

폐기물의 출처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연합입니다.

이 지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자주 교체하고, 1인당 전자 제품 사용량도 높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서방 국가에서는 전자폐기물 해외 투기를 방지하는 법이 있지만, '재판매용 중고 전자제품'으로 속이고 몰래 수출하는 방식으로 법을 우회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카낫 프롬판 태국 산업부 장관은 "이는 태국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며, 국민의 생계까지 위협한다"며 전면적인 단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허가 재활용 공장 대부분이 중국 자본 소유라며, “사실상 태국을 국제 쓰레기 처리장, 국제 쓰레기 가공 기지처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자 폐기물이 태국에 도착하면 거대한 분쇄기에 넣어 자갈처럼 분해한 뒤 구리나 금 등 금속 회수를 위해 제련하는데, 회수된 금속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됩니다.

샘플을 채취하고 있는 현지 공무원[출처=BBC][출처=BBC]


재활용 공장 인근 주민들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태국 동부의 작은 밭에서 농사를 짓는 57살 쎙 웡세나는 인근 제련소에서 흘러나온 오염수가 농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예전처럼 꽃이 피지 않는다"며 "제련소 냄새가 너무 심해 밤에 잠도 못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럽연합(UN)에 따르면, 전 세계는 매년 6천만 톤 이상의 전자·전기 폐기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15년 전의 두 배에 달하는 양이며, 2030년까지 30%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UN은 이 중 4분의 1도 책임감 있게 수거·재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재활용 속도가 폐기물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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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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