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군함도 약속' 이행 여부를 점검하려 한 한국 정부의 시도를 무산시킨 데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오늘(8일) 오후 약 19분간 정례 기자회견을 했으나 유네스코 군함도 논의 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발언에서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 등 참석을 위한 말레이시아 출장,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교장관의 방일 일정 등 4가지만 설명했습니다.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오전 기자회견 때 군함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외무성을 비롯한 일본 정부 부처는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외교 성과'일 수도 있는 '유네스코 투표전 승리'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에서도 관련 사안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지시간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47차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 요구로 군함도 등 메이지 산업유산 관련 '위원회 결정의 이행 상황에 대한 평가' 안건의 정식 채택 여부가 논의됐습니다.

일본은 위원회보다는 양자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며 해당 안건이 삭제된 '수정안'을 제출했고, 한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표결을 요청했습니다.

투표 결과 일본의 수정안이 과반수 찬성(찬성 7·반대 3·기권 8·무효 3)으로 채택돼 향후 유네스코 차원에서 군함도 관련 사안을 제기하기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군함도는 일본이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린 산업혁명유산의 하나입니다.

일본 정부는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 동원에 관해 설명하겠다고 공개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한국 정부의 지적을 받으면서 여러 차례 수세에 몰린 바 있지만, 이번 투표전에서 이겨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 문제가 주목받으면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는 약속에 따라 2020년 도쿄 도심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관했지만, 극히 폐쇄적으로 운영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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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섭(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