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 방송사인 BBC가 수개월 전 방영한 가자지구 다큐멘터리에 내레이터로 출연한 10대 소년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부의 아들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BBC가 지난 2월 내보낸 다큐멘터리 '가자: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법'에서 내레이션을 담당한 13세 소년이 하마스 농업차관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이에 BBC는 이 프로그램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즉시 내린 뒤 자체 조사를 벌여 이 다큐멘터리가 편집 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외주제작사인 '호요 필름'은 소년의 아버지가 하마스 간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BBC에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BBC는 외주사가 의도적으로 BBC를 속인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은 외주사에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BBC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감독에 더 주의를 기울여 이 프로그램을 승인하지 않아야 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다만 이 소년의 아버지나 가족이 프로그램 내용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으며 공정성 등 다른 편집 지침 위반은 없었다고 BBC는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미디어 규제당국인 오프콤은 이 다큐멘터리에 대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오프콤 대변인은 "BBC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사실에 기반한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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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