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배달 기사가 배달 중 혈흔으로 긴급 번호가 적힌 베개를 발견해 신고하면서, 30시간 동안 침실에 갇혀 있던 여성이 간신히 구출돼 화제입니다.

현지시간 24일 홍콩 사우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2일 중국 남부 쓰촨성 러산 시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대학생 배달 기사 장 모 씨는 주택 단지 근처 길가에서 흰색 베개를 발견했습니다.

베개에는 혈흔으로 추정되는 붉은 액체로 '110 625'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110이 경찰·소방 신고 번호입니다.

장 씨는 누군가 위험해 처했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근처 호텔 직원을 통해 이 베개가 6호관 25층에 있는 홈스테이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경찰이 강제 개방해 들어간 방에는 홈스테이 주인 여성이 갇혀 있었습니다.

여성이 방을 청소하던 중 돌풍이 불어 침실 문이 강하게 닫혔고, 걸쇠가 부러져 방 안에 갇혀버린 겁니다.

하필 휴대전화가 거실에 있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습니다.

여성은 문을 걷어차고 발을 구르고 뛰어 다니며 이웃에게 상황을 알리려 시도했지만, 아무도 그녀의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30시간 동안 물도 음식도, 화장실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심한 두려움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손가락을 깨물어, 흰 베개에 피로 "110 625"라고 쓴 다음 창 밖으로 던졌는데, 이를 배달 기사 장 씨가 발견한 겁니다.



여성이 장 씨에게 1천 위안(한화 약 20만 원)을 주며 고마움을 표현하려 했지만, 장 씨는 거절했습니다.

장 씨는 "그저 작은 친절의 행동이었을 뿐"이라며 "누구라도 경찰에 신고했을 것"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신 그는 근무하던 회사인 메이투안으로부터 '선구자 라이더' 칭호와 2천 위안(약 40만 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중국 내 SNS 등을 통해 이 소식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칭찬도 이어졌습니다.

누리꾼들은 "다행히 배달원이 예리했다", "배달만 할 수도 있었는데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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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zwoon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