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화 환 헤지(위험 분산)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현지시간 16일 보도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달러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도이치뱅크 분석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해외에 등록된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에 약 70억 달러(약 9조 7천억 원)가 유입됐는데, 이중 약 80%가 환 헤지 ETF에 몰렸습니다. 연초에는 이 비중이 약 20%에 그쳤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미국 채권과 주식 투자에서 환 헤지 투자가 4년 만에 처음으로 환 노출 투자 규모를 넘어섰다고 분석했습니다.

도이치뱅크 전략가 조지 사라벨로스는 "외국인들이 미국 자산 매수로 되돌아왔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달러 노출은 원하지 않는다"며 이들이 "달러 노출을 전례 없는 속도로 줄이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 S&P500 지수는 12% 상승했지만, 유로화 기준으로 보면 2% 하락했습니다. 올해 달러가 유로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10% 넘게 하락한 탓입니다.

이번 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를 보면 투자자의 38%가 달러 약세에 대비해 헤지 포지션 확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달러 강세에 대비해 헤지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2%에 불과했습니다.

JP모건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인 미라 찬단은 "지금은 '미국(자산)을 팔아라' 순간이 아니라 '달러를 헤지하라' 순간"이라며 "헤지 흐름 자체가 달러 약세를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증시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에 급락했다가 이후 강한 반등세를 탔지만, 달러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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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인(hi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