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헌법을 읽어 보시라"고 말했습니다.

문 전 대행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이 어느 게 우위냐 논쟁이 나오고 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 읽어보시라. 이게 제 대답"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전 대행은 "우리의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며 "헌법 몇 조에 근거해서 주장을 펼치시면 논의가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세히 말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문 전 대행은 "너무 현안이 되었다"며 "저는 대화의 주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행은 "사법부는 행정과 입법의 견제를 위해 헌법에 따라 만든 것"이라며 "사법부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법부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만 그 판결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때는 제도 개선에 대해서 (논의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법원은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법 개혁에 대해 문 전 대행은 "저는 사법 개혁을 줄곧 27년간 외쳤다. 사법 개혁 역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사법부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법 개혁의 가장 중요한 뿌리와 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문 대행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건가의 문제"라며 "진 사람으로서는 재판을 많이 하는 게 좋고, 이긴 사람은 재판을 빨리 끝내는 게 좋다. 그걸 균형을 맞추는 게 개혁"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11일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이 나오는데 의견이 뭐냐'는 질문에 "사법부 독립이라는 것도 사법부 마음대로 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며 "행정·입법·사법 가릴 것 없이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이며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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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림(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