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의 일본 모교인 도쿄 릿쿄대 교정에 그를 기리는 기념비가 들어섰습니다.

오늘(11일) 도쿄 릿쿄대 서쪽 14호관 인근에 설립된 기념비에는 윤동주의 사진과 윤동주의 릿쿄대 생활을 설명한 짧은 글, '쉽게 쓰여진 시'와 일본어 번역본이 실렸습니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시인 윤동주는 1942년 4월부터 반 년간 릿쿄대에서 공부한 뒤 교토 도시샤대에 편입했습니다.

윤동주는 릿쿄대 재학 중엔 서정적인 시를 썼고, 백합 문양이 인쇄된 릿쿄대 편지지에 적은 시 5편의 원본이 현재 연세대학교 윤동주 기념관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니시하라 렌타 릿쿄대 총장은 이날 기념비 제막식에서 "80년의 세월을 거쳐 윤동주 시인이 릿쿄대에 돌아왔다"며 "윤동주가 일본 유학 중에 남긴 시는 거의 상실됐는데, 그가 친구에게 맡긴 시 5편은 기적적으로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윤동주가 재학 시절 사제들과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제들의 집이 비석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며 윤동주가 비석이 있는 길을 걸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일본에서는 유학 중 옥사한 시인에 대한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졌으며, 평화와 화해를 지향하고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지난달 현지에 부임한 이혁 주일 한국대사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제막된 이 기념비가 윤동주의 문학과 생애를 기리는 존재를 넘어 한일 양국의 화해, 협력으로 이어지는 가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윤동주는 도시샤대에 재학 중인 1943년 조선 독립을 논의하는 유학생 단체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고,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해방을 반년 앞둔 채 1945년 2월 16일 숨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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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gold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