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장 동력 확보와 국부(國富) 증대를 목표로 성격이 다른 펀드·기금 4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성장펀드 출범을 시작으로 '한국형 국부펀드' 도입을 공식화했고, 대미 투자와 전략 수출을 지원할 기금도 별도로 조성합니다.

정부는 총력을 기울인다는 취지이지만 일각에선 역할 중복과 민간 투자 위축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의 산업 지원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자산 자체를 불리는 '한국형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싱가포르 테마섹을 모델로 삼아 현세대의 부를 축적해 미래 세대로 이전하는 일종의 장기투자 기구입니다.

특정 산업 지원보다는 수익성 극대화가 최우선 목표로,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인내 자본' 성격을 띱니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국민성장펀드와 운용 목적에서 차별화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국민성장펀드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직접·간접투자, 초저리 대출 등 방식으로 150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효과를 내는 펀드입니다.

국부펀드는 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연금 지급이라는 목적 아래 안정적 운용이 필수인 국민연금과 차이가 있다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 국부펀드 규모, 투자 분야 등을 전문가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대미 투자, 수출지원 등 두 개의 기금도 조성됩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타결에 따라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전략투자기금'을 한미전략투자공사에 설치합니다.

재원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위탁하는 외환보유액 운용수익, 정부보증 채권 해외 발행 등으로 조달하며, 업무협약(MOU)에서 정한 대미 투자(연 200억달러 한도)와 조선 협력 투자 보증·대출 등 금융지원에 쓰입니다.

기재부가 신년 업무보고에서 처음 띄운 '전략수출금융기금'은 방산, 플랜트 등 글로벌 대규모 수주를 지원합니다.

기존 수출금융 역할에 더해, 프로젝트 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환수해 산업 생태계에 재투자하는 구조가 검토되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장관회의 주재하는 구윤철 부총리대외경제장관회의 주재하는 구윤철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2

uwg806@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대외경제장관회의 주재하는 구윤철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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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설립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각 펀드와 기금 간 역할 구분이 불명확해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기존 정책금융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어 각종 펀드·기금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의 역할이 중첩될 수 있다고도 봤습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부펀드와 국민성장펀드 모두 국내 투자를 포함하고 있어 투자 대상이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대규모 자금 조성이 민간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축 효과'를 일으킬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또 여러 펀드·기금의 지원이 일부 우량 기업에 집중된다면 해당 기업은 중복 수혜로 자금을 대거 끌어모으는 반면 지원에서 제외된 기업은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안 교수는 "정부 펀드로 시중 자금이 몰릴 경우 민간 시장에는 투자 자금이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며 "지원에서 제외된 기업이나 산업은 어떻게 보호할지에 관한 문제도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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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림(halim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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