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 크리스틴 최가 76살의 일기로 미국 뉴욕에서 별세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현지시간 17일 최 감독이 지난 7일 암 투병 중 병원에서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최 감독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과 소외계층, 사회정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 다큐멘터리 작품들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대표작으로는 1987년 작품 '누가 빈센트 친을 죽였는가'(Who Killed Vincent Chin?)가 있습니다.

1982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아시아인 대상 증오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1988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올랐고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영화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이 일본인으로 오인당하고 백인 2명에게 야구방망이로 폭행당해 숨진 사건의 전말과 이후를 추적했습니다.

살인범들이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와 벌금형만 받은 판결은 미 전역 아시아계 사회의 분노를 불러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시민권 운동의 분수령이 됐습니다.

최 감독은 살인 사건을 술집 싸움에 비유한 가해자의 무감각한 인터뷰와 슬픔에 잠긴 희생자 어머니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면서 구조적 인종차별을 강렬하게 드러냈습니다.

이 작품은 2021년 문화·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의회도서관의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됐습니다.

1949년 9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 감독은 중국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10살 때 한국으로 이주했습니다.

한국전쟁 후 극심한 가난에 허덕이던 한국에서 그는 중국계라는 이유로 차별을 겪었고 새 언어를 익히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가톨릭 성당의 도움으로 14살에 단돈 65달러를 들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했습니다.

동시에 1960년 후반부터 전개된 베트남전쟁 반전운동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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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경(highje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