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걷는 판매촉진비와 장려금이 법 위반인지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자 쿠팡은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1심(고법)에서 2년 전 승소했고, 지금은 전직 대법관 2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등 7명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대법원의 최종 면책 판결을 노리고 있습니다.

고법은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리며 공정위에 위법성 입증 책임이 있다고 봤습니다.

영업비밀 사유로 판결문 열람이 제한된 탓에 그동안 쿠팡이 8개 독과점 업체에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지니지 않는다는 일부 취지만 강조됐습니다.

쿠팡 배송 차량[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가 입수한 판결문(2024년 2월 1일 선고)을 보면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쿠팡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는 점을 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징금 약 33억원과 시정명령을 모두 취소하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로부터 받은 161억원을 문제 삼았는데 고법은 공정위가 위법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쿠팡은 2017년 1월∼2019년 6월 직매입 거래 상대방인 330개 납품업자로부터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약 104억원을 받았습니다. 또, 2018년∼2019년 상반기 소비자에게 다운로드 쿠폰(할인 혜택)을 주는 베이비·생필품 페어를 하면서 388개 참가사에 할인 비용 약 57억원을 부담시켰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연간 거래 기본계약으로 약정하지 않고 성장장려금을 받고, 할인 비용 100%를 납품사에 부담시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연간 거래 기본계약으로 지급목적, 시기 및 횟수, 비율·액수 등을 약정하면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납품업자의 판매촉진비용 분담 비율은 50%를 넘기지 못하게 합니다.

고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연간 거래 기본계약을 통해 판매장려금을 받는 것은 허용되고, 다만 합리적 범위를 넘을 수 없다"며 "합리적 범위를 넘는다는 사정은 공정위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쿠팡이 입점업체로부터 걷는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징금 취소 판결 이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열린 국회 쿠팡 청문회에서는 쿠팡이 판매가를 타사보다 낮아지게 설정하고서 중간 이윤이 줄어들면 납품사에 광고를 강매하거나 여러 비용을 받아 손실을 메운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쿠팡이 공정위에 신고한 내용을 토대로 산출하면 2024년 한 해 동안 광고·홍보비·할인쿠폰 등 판매촉진을 위한 비용으로 1조4,212억원을, 판매장려금으로 약 9,211억원을 받아 합계 2조3,424억원 정도를 거둬들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쿠팡이 직매입으로 거래한 전체 금액 24조6,953억여원의 9.5% 수준입니다.

판결은 광고 강매 논란과도 연결됩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단가 조정을 압박하거나 광고를 강매했다고 판단해 함께 제재했습니다.

그러나 고법은 경영 간섭이 아니라 정상적인 가격 교섭의 일환이고 강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취소했습니다.

향후 쿠팡의 거래 관행과 공정위의 대응은 대법원 판단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고 쿠팡의 시장 점유율이 과거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설혹 대법원이 쿠팡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공정위의 향후 활동을 완전히 규율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정위로서는 시장 상황 변화를 토대로 쿠팡의 거래 관행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법정 공방을 피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행정력이 분산돼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쿠팡은 공정위 상대 소송에 김앤장 변호사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으로 간 판매촉진비 과징금 사건에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 6명이 쿠팡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가운데 박병대 전 대법관 등 5명이 법원 출신이고, 김앤장 소속은 아니지만 박정화 전 대법관도 쿠팡 측에 선임돼 있습니다.

서울고법이 심리 중인 쿠팡의 알고리즘 과징금 사건에도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유해용 변호사 등 김앤장 소속 9명이 소송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 공정위는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분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과징금이나 시정명령에 불복한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공정위 심판관리관 산하의 송무담당관(과장급)을 중심으로 대응합니다.

소송수행자로 업무를 담당할 직원이 10명도 되지 않아 꽤 빠듯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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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림(halim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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