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영원한 국민배우' 고 안성기 추모공간[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오랜 시간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사랑 받아온 고 안성기 배우가 74세를 일기로 지난 5일 별세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입원한 지 6일 만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혈액암 투병을 해온 안성기는 최근 회복에 전념하며 작품 복귀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성기는 2020년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다시 검진 받는 과정에서 암 재발이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국민 배우 안성기가 혈액암으로 투병 생활을 한 끝에 세상을 떠나자, 혈액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혈액암은 백혈병, 악성 림프종 등을 아우르는 질환인데요. 배우 안성기는 이 중에서 림프종을 앓았습니다.

다만, 림프종 등 혈액암은 초기 증상이 단순 피로나 감기 몸살과 비슷해 조기 발견이 쉽지 않은 대표적인 암으로 평가 받습니다.

이에 따라 의심 증상이 조금이라도 발견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혈액암과 초기 증상, 그리고 진단과 치료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영화 종이꽃 속 안성기[구본창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구본창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안성기가 앓던 ‘혈액암’…백혈병·악성림프종 등 통칭

혈액암은 혈액, 조혈기관(골수 및 림프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통칭하는 표현입니다.

고형암과 달리 혈액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에 따른 질병으로, 다시 말해 혈액 세포에서 유래한 암입니다.

혈액암 중 백혈병은 기원이 골수의 조혈모세포로 미성숙 백혈구가 과도하게 증가해 정상 혈액의 생성을 억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발골수종의 경우, 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암으로 변해 뼈와 신장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림프종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담당하는 림프조직의 세포가 악성으로 전환돼 과다 증식하며 생기는 종양입니다.

림프조직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뱃속 등 전신에 걸쳐 분포하기 때문에 림프종은 몸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림프종 환자는 2015년 2만6,600여 명에서 2024년에는 4만1,400여 명으로 10년 사이 55%가량 증가했습니다.

한편, 림프종은 조직 형태에 따라 크게 비호지킨 림프종과 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는데요. 안성기의 경우 2019년에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호지킨 림프종에 비해 예후가 나쁜 편으로, 국내 림프종 환자의 90% 이상이 이 유형에 해당합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은 비호지킨 림프종이 35.1명, 호지킨 림프종이 2.6명 수준입니다.

비호지킨 림프종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 환자 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혈액암의 징후가 아침에 베개와 침구에 나타날 수 있다.[클립아트코리아 자료][클립아트코리아 자료]


◇ 초기 증상은?…가려움증·야간 발한 반복되면 의심해야

혈액암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방사선 노출과 흡연, 바이러스 감염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액암의 초기 증상으로는 빈혈로 인한 피로감과 무력감, 안색이 창백해지는 증상 등이 있는데요.

병이 진행되면서 잇몸이 붓거나 오심·구토·경련 등이 동반되기도 하며, 전신에 가려움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암세포가 피부 아래까지 침투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면서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면 중 땀이 과도하게 나는 '야간 발한' 역시 혈액암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입니다.

데일리 익스프레스 등에 외신에 따르면,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와 암 연구소의 보건 전문가들은 눈에 띄게 심한 야간 발한이 생명을 위협하는 암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혈액암 환자의 약 30%는 자는 동안 식은땀을 흘리는 증상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혈액암 세포는 특별한 원인 없이 염증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면역 반응 과정에서 과도한 발한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베개나 침구가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렸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특별한 이유 없이 한 달에 3㎏ 이상 체중이 줄거나, 목·겨드랑이·사타구니 등에 멍울이 만져진다면 혈액암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대식 고려대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혈액암은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환자 스스로 이상을 느끼기 어렵다”며 "발열 및 체중 감소가 상당 기간 이어진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혈액검사하는 모습[연합뉴스TV 자료][연합뉴스TV 자료]


◇ 조기 진단의 핵심은 ‘검진’…치료 때 ‘감염’이 최대 적

조기 진단의 핵심은 검진인데요. 혈액암은 비교적 기본적인 혈액검사만으로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가 남성 13g/dL(데시리터=100cc) 미만, 여성 12g/dL 미만이거나, 백혈구 수치가 4000/㎕(마이크로리터) 미만 또는 1만/㎕ 이상, 혈소판 수치가 15만/㎕ 이하로 나타날 경우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이후 골수 검사나 조직 검사, 유전자 검사, CT·PET-CT 등 영상 검사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혈액암 치료는 과거 항암 화학 요법과 조혈모세포 이식(골수 이식)이 중심이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일부 환자에게는 면역 치료제나 표적 치료제 투여도 고려됩니다.

표적 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이상을 선택적으로 공격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감염인데요. 질환 자체와 항암 치료로 인해 환자는 장기간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 놓입니다.

이로 인해 감염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예방적 항생제나 백혈구 촉진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패혈증으로 악화되기도 하고요.

치료 기간에는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며 의료진도 다양한 감염 예방 전략을 시행합니다.

고령 환자나 당뇨·심장 질환·신장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 전략도 달라지는데요.

유전자 변이, 장기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 치료가 필요하며, 특히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약물 용량과 치료 간격을 세심하게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혈액암 종류별 5년 생존율은 백혈병 60~80%, 악성림프종 60~90%, 다발성 골수종 1기 82%, 2기 62%, 3기 40% 수준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료][게티이미지뱅크 자료]


◇ “고령 환자라면, 음식물 질식·삼킴 장애가 생명 위협”

전문가들은 혈액암의 위험성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항암 치료를 견뎌낸 고령 환자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숨은 위험 요인’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하는데요.

김은경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는 ”고령 환자의 경우 단순히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생존과 직결된 연하(삼킴) 기능 저하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진료 현장에서는 암 치료를 마친 고령 환자들이 ‘식사 중 사레가 자주 들린다’, ‘음식을 삼키는 데 예전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식후에 이유 없이 기침이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보호자가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이나 일시적 컨디션 난조로 여기고 넘기지만, 암 투병의 후유증으로 찾아온 연하 기능 장애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신체 변화가 암 자체보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고령 환자에게 연하 기능 저하는 음식물에 의한 질식사고,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 발생하는 흡인성 폐렴으로 직결될 수 있습니다.

근감소증과 영양 불균형이 진행된 상태에서 이런 사고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도 합니다.

최근 의료계에서 ‘암 생존자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암 생존자 관리는 단순히 암세포가 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추적 관찰을 넘어, 영양 상태와 연하 기능, 근력 유지 등을 통합 관리해 환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개념입니다.

가정 내에서의 관리도 필수적인데요. 고령의 혈액암 경험자가 식사할 때는 음식의 점도를 조절해 부드럽게 제공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무엇보다 가족과 보호자가 이러한 변화를 미리 인지하고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불가피한 사고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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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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