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다이어트[게티이미지뱅크 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시작됐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새해 목표 세웠나요.

‘건강 관리’, ‘다이어트’, ‘복근 장착’을 새해 1호 다짐으로 계획한 분들 참 많을 텐데요.

그래서 연초엔 헬스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이고, 인터넷엔 각종 다이어트 정보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번 결심만 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곤 하죠.

비만인들을 위한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 주사제가 있다지만, 비교적 비싼 가격과 직접 주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까지. 아쉬운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단점들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미국에서 '먹는 위고비'가 등장한 건 물론, 마운자로를 개발한 제약사도 경구형 비만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구제의 상업화로 후속 주자들은 ‘패치형’인 붙이는 약, 반년짜리 임플란트 등 다양한 전달 방식을 시도하고 있고요.

또 인도와 중국 등 일부 시장에선 훨씬 저렴한 복제약까지 조만간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와 후발 주자들의 대응 방식,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개발 현황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비만치료제 위고비[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먹는 위고비' 등장…“하루에 커피 한 잔 가격”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2일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형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5mg)를 승인했습니다.

이후 이달 5일부터 미국 전역에 유통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FDA 처방정보에 따르면 먹는 위고비는 하루 한 번, 아침 공복에 물과 함께 복용하도록 안내됐습니다.

복용 후에는 최소 30분 동안 음식·음료·다른 경구약을 피해야 하며, 정제는 쪼개거나 씹지 말고 그대로 삼키도록 명시됐습니다.

먹는 위고비에 대한 효과는 25㎎을 평가한 3상 연구(64주)에서 기저 대비 평균 체중이 13.6% 빠진 것으로 보고됐는데요.

반면 주 1회 주사하는 위고비 2.4㎎ 연구(68주)에서는 평균 체중이 1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수치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보관도 더 쉽습니다. 주사는 냉장 보관해야 하는데, 알약은 실온에 둘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죠. 알약은 주사기가 필요 없기 때문에 만들기 더 쉽고, 그만큼 훨씬 더 가격이 저렴한데요.

미국에선 지난해 11월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로 위고비와 마운자로 판매 가격이 이미 대폭 인하됐습니다.

미국에선 보험 적용 없이 주사형 위고비를 현금 구매하면 최소 용량 기준 월 349달러(약 51만원)인데, 저용량 위고비 알약의 판매가는 더 저렴한 월 149달러(약 22만원)로 책정됐습니다.

주사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건 물론 하루 기준 단 5달러, 커피 한 잔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한국 출시일'은 아직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국내에서는 이미 주사제 위고비가 비만치료제 시장 확산의 1차 국면을 만들고 있고, 경구제는 별도 품목 허가와 급여·약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릴리도 ‘잰걸음’…“위고비보다 복용법 덜 까다로워”

한편, 마운자로를 개발 및 출시한 일라이 릴리도 노보 노디스크에 질세라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데이비드 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수많은 경쟁자 등장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며 "더 나은 제품 프로필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라이 릴리의 먹는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은 최근 임상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입증하며 상용화에 근접했는데요.

릴리가 지난해 4분기 FDA에 오포글리프론의 허가를 신청한 이후, FDA로부터 패스트 트랙 심사 바우처(CNPV)를 확보해 승인 절차가 크게 단축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일반적인 신약 심사 기간이 10~12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릴리는 수개월 내 미국 승인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경구용 비만 치료제에 있어 후발주자인 릴리는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와 차별화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경구용 위고비가 공복 복용과 복잡한 복용 규칙이 요구되는데요.

반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음식이나 물 섭취, 복용 시간에 제한이 없는 저분자 기반 약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용 편의성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로, 보험자와 정책 당국이 치료 지속성과 비용 효과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경구용 치료제 등장으로 비만약의 환자 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경구제가 등장할 경우 비만을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유사한 만성질환으로 보고 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연구개발(R&D)[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자료]


◇ 비만 치료제 후발주자들 '제형 다양화·품질'로 대응

후발 주자들은 '제형의 다양성'과 '다이어트의 질'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대표적인 게 '심는 약', 임플란트 형태인데요. 미국의 비바니 메디컬은 6개월 지속형 비만 치료 임플란트 개발을 선언하며 관련 연구개발(R&D)이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먹는 캡슐' 같은 전달 장치에 대한 R&D도 진행 중입니다. 캡슐형 장치로 위장관에서 전달하려는 시도인데, 라니 테라퓨틱스는 자사 캡슐로 비만 치료제를 경구 전달한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구강용해 필름처럼 삼키는 알약조차 부담인 층을 겨냥한 포맷도 기업 발표로 나오고 있습니다.

투여 간격을 더 늘리는 '월 1회 주사'도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글로벌 빅파마 ‘암젠’의 월 1회 투여 제형 '마리데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가 대표적인데요. 최근 임상2상 결과가 게재되며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임상3상에 진입했습니다.

로슈와 리제네론은 '근육 보존'에 집중했는데요. 급격한 체중 감량 시 발생하는 근손실과 피부 처짐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지방만 선택적으로 태우는 기전을 앞세워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요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입니다.

더 파괴적인 변화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위고비 복제약’의 탄생인데요.

‘세마글루타이드’라는 위고비의 주성분 특허가 올해부터 여러 시장에서 만료됩니다. 일단 올해 특허 만료 국가는 인도, 중국, 캐나다, 브라질, 튀르키예입니다.

특허가 만료된다는 건 이 시장에선 제네릭 의약품, 즉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단 뜻입니다.

복제약은 신약보다 훨씬 개발이 쉬워서 엄청 빨리, 낮은 비용으로 출시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제 중국·인도 같은 시장에선 가격을 확 낮춘 위고비 복제약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이들 국가의 제약사 수십 곳이 세마글루타이드 복제약을 임상시험 중이거나 시판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값싼 복제약을 만날 수 있는 건지 많은 분들이 궁금할 텐데요.

위고비 특허가 한국에서도 올해까지였지만, 노보 노디스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특허 존속 기간 연장’을 신청한 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따라서 국내 특허는 2028년까지 유지되는 만큼, 그 이후에나 복제약이 나올 예정입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한미약품 제공][한미약품 제공]


◇ ‘K-비만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올해 ‘1호’ 나올까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K-비만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선두에는 한미약품이 있는데요. 한미약품은 현재 비만 치료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이는 국내 1호 비만 치료제가 될 유력한 후보로 꼽힙니다.

한미약품은 이 치료제가 위고비 등 서양에서 개발된 약물과 달리 위장관 부작용이 낮다는 강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이르면 올해 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아에스티와 대웅제약 등 후발주자들도 맹추격 중입니다.

동아에스티는 비만 치료제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식욕 억제와 함께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이중 기전이 차별점으로, 지난 6일 추가 임상1상에서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와 혈당 강하 및 간 경직도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웅제약은 '붙이는 비만약'으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미세한 바늘이 약품을 직접 진피층가지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해 접근성과 복용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입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0월 식약처로부터 임상1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일동제약 역시 먹는 약인 경구용 제제를 개발하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편, 비만 치료제 시장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지난 2024년 기준 지출액이 300억 달러, 우리 돈 4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2020년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증한 수치입니다.

국산 비만 치료제의 가장 큰 경쟁력은 수입산 대비 30~50% 저렴한 가격과 안정적인 공급망일 겁니다.

하지만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차세대 약물을 계속 내놓고 있어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한 제약사 임원은 “환자들이 비만 치료제를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얼마나 살이 잘 빠지느냐'”라며 “가격 경쟁력이 있더라도 체중 감량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시험을 통해 확실한 효능 데이터를 증명해 내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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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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