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한파 속 출근길[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내복에 두꺼운 스웨터, 그리고 패딩을 겹쳐 입고 나가도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고요.

모자, 장갑, 목도리 등 방한용품을 착용해도 사이사이로 매서운 칼바람이 스며들어 뼈까지 시릴 지경입니다.

이번 주 초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등 내내 강추위가 이어졌고요.

‘북극 한파’에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뚝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는 각종 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데요.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생명을 앗아간 심근경색부터, 방치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급성 녹내장, 뇌졸중의 예고편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까지.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겨울철에 발생 위험이 높아지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 쉬운 질환들과 예방 방법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전 총리 빈소[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 심근경색, 겨울철 특히 조심…3분의 1은 병원 도착 전 사망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지난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습니다.

고인의 사인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은 심장의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등에 의해 갑자기 막혀서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한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입니다.

노화·고지혈증·흡연·당뇨·고혈압·복부 비만·운동 부족·심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질환인 동맥경화증이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겨울철은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높아져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급증하는 시기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소담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심장혈관에 반복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져 심근경색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정 교수에 따르면 실내외 기온 차가 큰 한파 시기에는 실외 노출 직후 혈관 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나며, 특히 고혈압·심부전·부정맥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혈압 변동성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혈액 흐름이 차단되면서 대부분 환자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호흡곤란과 어지러움, 기침, 발한, 구토 등의 증상도 동반됩니다.

증상이 나타난 후 신속히 병원을 찾지 않으면 사망 위험이 큰데요.

실제 심근경색 환자의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3~6시간이지만, 가슴 통증 발생 후 2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막힌 혈관을 뚫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골든타임을 놓치면 심부전으로 이어지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찬바람 쐬니 가슴 '턱'…환절기 심근경색 주의해야 (CG)[연합뉴스TV 자료][연합뉴스TV 자료]


◇ 심근경색 위험군 1위는 ‘60대 남성’…생활 습관으로 예방해야

국내 심근경색증 환자 중에서는 '60대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심근경색증 환자는 14만1,096명이고요. 60대가 4만6,172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70대(3만5,122명)와 50대(2만9,958명)가 뒤를 이었습니다.

환자 비율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남성이 높았는데요. 특히, 60대 환자 중에서는 남성이 4만명가량으로 9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인 만큼 평소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중장년 남성이라면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금연, 금주, 규칙적 운동으로 적절 체중 유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치료 등을 당부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콜레스테롤이 많은 육류·새우·장어 등의 식품은 주 3회 이하, 소금은 1일 5g 이하로 섭취하고 신선한 채소·과일·잡곡·현미 등 섬유소가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 등입니다.

이 밖에 카페인은 심장에 자극을 주므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할 때는 3분 정도 준비 운동을 실시하고 한 번에 30분 이상, 주 3일 이상 하는 것이 좋고, 겨울철 새벽에 하는 격한 운동 등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젊을 때부터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입니다.

가족이나 친지 중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심근경색 위험도가 2.1배 증가하며, 두 명 이상이면 3배 정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 이상 신호가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며 "응급상황으로 악화되기 전에 빠른 검사와 치료가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과 검진 (CG)[연합뉴스TV 자료][연합뉴스TV 자료]


◇ 겨울철 기온 '뚝'·안압 '쑥'… '소리 없는 시력 도둑' 급성 녹내장

녹내장은 특별한 자각 증세 없이 천천히 시력을 잃기 때문에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눈의 압력 상승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이 주요 원인인데 겨울철엔 다른 계절보다 안압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눈 주변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류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요. 이로 인해 안압이 상승하고 시신경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안압이 급격히 올라 급성 녹내장이 발병하면, 극심한 눈 통증과 두통이 발생하고요. 눈 충혈, 시야 흐려짐, 구토와 메스꺼움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속하게 안압 하강제를 투약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2~3시간 안에 시력을 잃을 수 있어 응급 상황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급성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 안압을 높이는 행동을 최대한 멀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구나무서기나 허리를 숙여 땅을 짚는 등의 동작은 되도록 피하고요. 넥타이를 지나치게 꽉 조여 매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자기 전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주변이 어두우면 동공이 커지는데 이때 스마트폰 밝은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안압이 급격히 높아져서입니다.

고개를 숙이거나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보는 자세는 안압을 더욱 높일 수 있어 위험합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연구팀 조사 결과,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15분만 사용해도, 안압이 25%나 상승했는데, 이는 밝은 곳(1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습니다.

또 겨울철 스키나 보드 등 야외 스포츠를 즐길 때는 설원의 강한 방사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을 착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하루에 커피를 5잔 이상 마시는 경우 녹내장 발병 위험이 최대 1.6배까지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카페인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졸중[게티이미지뱅크 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미니 뇌졸중’ 위험도 커져…"모자 쓰고 물 자주 마셔야"

겨울철 칼바람은 우리 몸의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키는데, 이때 뇌혈관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은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혀 혈류 공급이 중단됐다가 다시 뚫리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무서운 점은 한쪽 팔다리의 마비나 언어 장애, 시야 흐림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가 보통 1시간, 길어도 24시간 이내에 씻은 듯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증상이 소실되면 ‘컨디션이 안 좋았나 보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데요.

하지만 이는 뇌가 보내는 경고 신호로, 미니 뇌졸중을 겪은 환자의 약 10~20%는 3개월 이내에 진짜 뇌졸중(뇌경색)을 겪게 됩니다.

특히 기온이 낮은 아침 시간대나 실내외 온도 차가 클 때 혈압이 요동치며 혈전이 발생하기 쉬워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증상이 잠시라도 나타났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고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외출 시 모자와 목도리를 착용해 체온 손실을 막고, 뇌혈관의 수축을 예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겨울철에는 갈증을 덜 느껴 수분 섭취가 줄어드는데, 이는 혈액을 끈적하게 만들어 혈전 생성을 부추기므로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셔야 합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이른 아침 야외 운동을 피하고, 실내에서 가볍게 몸을 푸는 것이 안전합니다.

하지정맥류[서울성모병원 제공][서울성모병원 제공]


◇ 다리엔 '하지정맥류'·항문엔 '치질'…하체 혈관도 비상

하지정맥류와 같은 질환도 겨울철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질환인데요.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뜨거운 탕에 들어가거나 사우나, 족욕을 즐기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온도 변화는 혈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수축돼 있던 정맥 혈관이 뜨거운 열기에 갑자기 확장되면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고 늘어지게 돼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거나 악화될 위험이 커집니다.

또한 겨울철 유행하는 롱부츠나 레깅스, 스키니진 등은 다리를 꽉 조여 정맥 내 압력을 높이고 혈류를 방해하여 증상을 더욱 부추깁니다.

하지정맥류를 방치하면 다리의 피로감과 부종을 넘어 피부 궤양이나 심부정맥 혈전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항문 혈관이 늘어나는 치질 역시 겨울철 활동량 감소와 수분 부족으로 인한 변비, 그리고 차가운 곳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등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목욕이나 샤워 시 지나치게 뜨거운 물보다는 미온수를 사용하고, 마지막에는 찬물로 다리를 헹궈 혈관을 수축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는 수시로 발목을 돌리거나 까치발을 드는 스트레칭을 해 종아리 근육을 움직여줘야 합니다.

아울러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을 섭취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복압 상승을 막는 것도 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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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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