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EPA 연합뉴스 자료사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탓에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달러 투자심리가 14년 만에 가장 비관적인 수준으로 악화했습니다.

현지시간 16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달러 가치는 지난해 9%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들어 유로와 파운드를 포함한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1.3% 내리며 4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 1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펀드 매니저들의 달러 노출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상호관세'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작년 4월 저점보다 낮아졌습니다.

특히 펀드 매니저들의 달러 포지셔닝은 관련 데이터가 있는 가장 이른 시기인 2012년 이후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의 옵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달러 하락에 거는 베팅이 상승 베팅을 앞지르며 작년 4분기와 반대 흐름을 보였습니다.

연기금 같은 주요 투자자들이 달러 추가 약세에 대비해 위험을 분산하거나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유로 대비 달러 추가 하락에 거는 베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작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대외 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같은 기관에 대한 압박이 세계 자본의 피난처 역할을 해온 미국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고 FT는 설명했습니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로저 할람 글로벌 금리 책임자는 "지난 1년간의 변동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그동안 미국 자산에 대해 유지해온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달러 헤지 비율에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달러 하락 베팅을 늘려온 JP모건 자산운용의 이언 스틸리 글로벌 채권·통화·원자재 부문 최고투자책임자는 "우리는 여전히 달러가 여기서 더 약해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 금리는 아직 유로존이나 일본 등 다른 주요국보다 높지만, 올해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 그 격차는 좁혀질 전망입니다.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 후보 지명자[AP=연합뉴스 자료사진][AP=연합뉴스 자료사진]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는 당초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정통파' 후보로 평가받으며 무분별한 금리 인하를 우려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워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NBC뉴스 인터뷰에서 워시가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면 "(연준 의장) 직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oA 애널리스트들은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이 "달러 수요나 미국 자산에 대한 낙관론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짚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서 돈을 뺄 수 있다는 관측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겨냥해 군사 행동과 추가 관세를 위협한 사태를 계기로 더욱 힘이 실렸습니다.

이후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팔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 펀드 매니저는 이미 자금 유출이 발생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캐롤라인 후드릴 멀티에셋 펀드 매니저는 "해외 달러 보유자들이 자본을 본국 통화로 되돌리는 송금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고 FT에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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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원(nanju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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