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증시(CG)[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TV 제공]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종목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삼천당제약의 주가가 주당 100만원을 돌파한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삼천당제약을 비롯해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시가총액 상위 10개 가운데 6개가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입니다.

이번 제약·바이오 종목의 상승세는 단순히 신약 개발 기대감을 넘어, 수 천 억 원에 달하는 기술 수출에 성공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뒷받침된 결과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주가 랠리의 이면에서는 복제약 약가제도 개편이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무려 14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복제약 약가 인하에 제약사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습니다.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자 곳곳에서 경영 위기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주가 훈풍과 규제 칼바람에 극명한 희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코스닥 주도주로 등극한 제약·바이오가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삼천당제약[삼천당제약 제공][삼천당제약 제공]


◇ '황제주' 등극 삼천당제약…탄력 받는 제약·바이오

최근 시장의 시선이 쏠린 곳은 단연 삼천당제약일 겁니다.

삼천당제약이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선 건 물론, 주당 가격이 100만 원을 넘어서는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삼천당제약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40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란 사태로 증시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 코스피는 올해 들어 약 26%, 코스닥은 22%가량 오른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상승 폭인 거죠.

삼천당제약이 시장에 갑자기 등장한 혜성 같겠지만, 사실 83년이라는 업력을 가진 전통 제약사입니다.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삼천당제약의 매출 대부분은 건성질환·각막염 치료제 ‘하메론’이나 ‘티어린프리’,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등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삼천당제약의 주가 급등을 이끈 핵심축은 경구용 인슐린인데요.

삼천당제약은 지난 19일 유럽 의약품청(EMA)에 경구 인슐린의 임상 1·2상 시험 계획서(IND)를 제출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전 세계 인슐린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지금까지는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을 피하주사제로 맞아왔지만, 먹는 인슐린이 나온다면 시장의 상당 부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삼천당제약의 주가 급등은 다른 제약·바이오 종목들로의 온기 확산으로 이어져 섹터 전체의 주가 탄력을 이끌었는데요.

이달 3일부터 26일까지 코스닥 전체 지수가 4.71% 하락한 것과 달리 코스닥 제약 지수는 1.44% 올랐습니다.

특히, 코스닥 상장기업 시가총액 상위 10개 중 6개(삼천당제약,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코오롱티슈진, 리가케맙이오, 펩트론)가 제약·바이오 관련 종목으로 나타나며 시장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습니다.

김현석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투자 매력은 후기 임상 단계 등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알테오젠[알테오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알테오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쏟아지는 기술수출 성과…지난해 역대급 성적 돌파하나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주가 상승 랠리 배경에는 각종 성과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소식이 다시 활발해졌는데요.

알테오젠은 지난 25일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과 피하주사(SC) 제형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상업화를 위한 최대 5억4,900만 달러(약 8,226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1월에도 알테오젠은 GSK의 자회사 테사로에 최대 4,2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처럼 신규 서프라이즈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그 외에도 작년 12월 26일 옵션 계약한 건의 본계약 진행 등 호재로 인식될 이벤트가 더 남아있다”며 “코스닥 1등 자리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SK플라즈마는 이달 3일 튀르키예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와의 합작회사 프로투루크에 총 6,500만 유로 규모의 기술 이전을 했고요.

국내 희귀 유전질환 치료제 기업 피알지에스앤텍도 소아조로증 치료 물질 '프로제리닌'을 미국 바이오제약회사 센티넬 테라퓨틱스에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습니다.

국내 기업 간 기술 교류 역시 이뤄졌습니다.

최근 셀트리온은 고바이오랩과 장 질환 치료 물질 3종을 도입하는 라이선스 인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이 계약으로 셀트리온은 고바이오랩이 개발한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군) 신약 물질 3종에 대한 독점적 임상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위해 계약금 10억 원을 지급했고, 향후 개발·허가·상업화 단계 기술료를 지급할 경우 최대 계약 규모는 2,052억 원에 달합니다.

세계적 불경기로 제약기업의 기술 거래 건수는 줄었지만 유망하거나 위험 완화된 후기단계 기술엔 큰 자금을 투자하는 경향이 계속 관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글로벌 기술 수출 계약 건수가 6% 줄었음에도 총 계약 규모(2,053억 달러)는 전년(1,527억 달러) 대비 큰 폭 상승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 수출 규모도 2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성적을 냈는데, 올해 이 역대급 성적을 돌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약국[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14년 만에 약가 인하…제약업계, 발등에 불 떨어졌다

주가 상승 랠리와 기술 수출 성과에도 제약·바이오 업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14년 만에 복제약 약가를 인하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복제약 약가 산정률을 원조 의약품 약가 대비 53.55%에서 45%로 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등재된 약제는 등재 시점(2012년)을 기준으로 나눠 조정하되, 업계가 받을 영향을 고려해 약 10년간 연차별·단계적 조정을 하는데요.

다만,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약가 산정률을 49%와 47%로 우대해 각 4년과 3년의 특례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개편에 나선 것은 국내 복제약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국내 복제약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약 2배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반면 시장 구조는 복제약 중심으로 고착돼 전체 급여 의약품의 약 80%가 복제약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네릭 중심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동시에 약품비 증가 속도를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산업 경쟁력과 재정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이번 개편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최소 1조1천억 원, 최대 2조4천억 원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는 건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본인부담금이 16%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부는 복제약값을 오리지널 약품의 40%대로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

제약업계는 현재보다 약 10% 낮춘 '48.2%'까진 감내할 수 있다고 피력했고, 보건복지부는 오리지널의 '43% 혹은 45%'로 낮추는 안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려왔습니다.

제약업계는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48.2%로 결정되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쳐 결국 원가, 판관비 절감을 넘어 인건비 절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 인하 제도 관련 기자회견[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건비·R&D 투자 감소 불가피…예측 가능한 정책 필요”

제약업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한 대형 제약사 임원은 "약값이 원조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약 15% 깎이면, 이는 15%의 영업이익 하락으로 직결된다"며 "내년부터 직원이 체감할 만큼의 실질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그동안 한국노총 전국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화학노련) 등 노조는 약가 인하 시행 시 제약산업 종사자 12만 명 중 10% 이상의 실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는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당장 비용 절감이 불가피 한데, 마케팅·광고홍보 비용 절감을 하고 최종적으론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R&D 및 설비 투자 위축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촉발된 원자재 공급 불안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이중고를 토로하고 있습니다.

가격 급등한 나프타가 들어간 '의약품 포장재'의 경우 제약사들의 재고분은 3주~3개월치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중견 제약사 생산 담당 임원은 "매출이 많든 적든 대부분의 제약사의 매출 구조가 복제약 비중이 큰 만큼 약가 인하 손실도 비슷할 것"이라면서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분야가 R&D와 시설 투자, 인건비인데 지금 상황으로는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산업계가 입을 손실은 최대 3조6천억 원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5% 전후인 상황에서 이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미 다수 제약사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채용계획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습니다.

업계는 보다 세밀화되고 예측 가능한 약가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의약품별 원가가 다름에도 일괄적인 가격 인하는 수익성 악화의 지름길이란 지적입니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제품별 원가율이 각기 다름에도 일괄적인 인하율 적용은 행정 편의적으로 보인다"며 “각 의약품의 생산규모와 원가, 한계 상황에 대해 정부가 명확히 인지한 후 맞춤형 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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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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