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 전쟁이 5주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일단 '에너지 전쟁'에서는 이란이 승자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현지시간 29일 이란 전쟁으로 석유 수출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서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석유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고 수출도 급감했으나 이란만은 예외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정권이) 전장에서는 두들겨 맞을지도 모르지만, 에너지 전쟁에서는 이기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이 폐쇄되면서 세계 석유 중 15%가 고객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나, 이란 유조선들은 페르시아만 산유국 중 사실상 유일하게 호르무즈해협을 무사히 통항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석유 매출을 잘 알고 있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이란의 요즘 석유 제품 수출량이 하루에 240만∼280만 배럴에 이르며, 그 중 원유가 150만∼180만 배럴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는 물량으로 따지면 지난해 평균과 똑같거나 더 많은 수준으로, 판매 가격 기준으로는 훨씬 더 큰 이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 대부분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로 가며, 이러한 돈의 흐름에는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전쟁 자금 금고는 이스라엘의 포탄으로부터 안전한 아시아 깊은 곳에 묻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란의 석유 수출은 명목상으로는 다른 산유국처럼 국영 석유기업인 이란국립석유공사(NIOC)가 담당하는 것으로 돼 있으나, 실제로는 외무부에서 경찰에 이르는 정부 파벌과 일부 종교재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력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석유 물량이 할당됩니다.

경화가 부족한 이란에서 유동성을 제공해 주는 것이 석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관들을 통제하는 것은 20명 안팎의 특권층 유력 인사들이며,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동원해 석유를 현금으로 바꿉니다.

이들 중 알리 샴카니 전 이란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일부 거물급 인사는 사망했으나, 무역업과 해운업의 거물인 그의 아들 호세인은 살아남았습니다.

전쟁 첫날인 2월 28일 공습으로 숨진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현 최고지도자의 주변 인사들도 석유 사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일부 인사들은 사법부 수장인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의 가족이나 친인척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IRGC와 연계돼 있으며 IRGC의 해외 작전 부대인 쿠드스군은 이란 원유 생산량의 25%를 통제합니다.

운송 측면에서도 IRGC의 통제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IRGC가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한 가운데 IRGC와 연계된 기업들이 NIOC와 함께 물류를 조정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량 중 90%를 차지해 온 주요 석유 수출 터미널인 하르그섬을 점령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으나, IRGC는 그런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르그섬 수출량의 약 25%를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이긴 하지만 다른 소규모 터미널들이 가동되는 상황인 데다 이들 터미널에 기록적인 재고를 쌓아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산 석유의 대금 결제는 그림자 금융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란산 원유 구매자들은 주로 중국 본토나 홍콩의 소규모 은행에 유령 회사 명의로 개설된 일회용 '신탁'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결제하며, 입금된 석유 수익은 수많은 다른 신탁 계좌들을 거쳐 이란이 원하는 곳으로 송금됩니다.

이런 그림자 결제 시스템은 이란 국방부나 IRGC가 통제하는 부서에서 운영하며, 사실상 비공식 은행 노릇을 합니다.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란 측의 경계가 더욱 커지면서 거쳐야할 단계가 늘고 일부 계좌에서는 자금 인출도 이뤄지고 있지만, 동아시아, 영국, 독일 등의 은행 계좌를 통한 자금 도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의 석유 시스템이 복잡하긴 하지만 계속 돌아가고 있다며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전면적 공격을 가하지 않는 한 이란의 석유 시스템은 막히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 만약 이란이 에너지 인프라에 전면 공격을 받는다면 보복 조치로 다른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에너지 인프라를 폭격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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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상(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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