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4일 홍콩서 열린 中톈안먼 시위 추모 대규모 촛불집회[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제공]


홍콩 당국이 역사박물관의 핵심 전시관을 6년 만에 다시 열면서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언급을 빼고 영국 식민지 시기와 관련된 내용을 축소하거나 비판적으로 묘사했습니다.

3일 BBC중문판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역사박물관은 2020년 10월 문을 닫았던 상설전시관 '홍콩 옛이야기'(香港故事)를 지난 1일 재개관하면서 전시 내용을 이같이 대폭 수정했습니다.

새 상설전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내용이 사라진 것입니다.

톈안먼 시위를 뜻하는 '6·4 사건'(六四事件)은 물론 전체 전시에서 '6·4' 두 글자가 사라졌고 당시 홍콩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에 항의하기 위해 벌인 대규모 시위인 '백만인 시위' 사진도 없어졌습니다.

새 전시 내용 중 톈안먼 사태와 관련된 부분은 '홍콩의 중국 반환' 전시판 중에 포함된 "1989년 봄과 여름 사이의 정치적 소요" 한 문장뿐입니다.

1989년 4월부터 시작해 그해 6월 초 유혈진압으로 마무리된 톈안먼 사태는 1997년 주권 반환을 앞두고 있던 홍콩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왔고 이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중요한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새 전시에서는 관련 내용이 사실상 삭제된 것입니다.

2014년 행정수반 직선제를 요구한 대규모 시위인 '우산혁명'과 2019년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보내 재판받게 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추진으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새 전시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영국 식민지 시기와 관련된 내용이 축소·희석되고 표현도 비판적으로 바뀐 것도 눈에 띕니다.

이전에 있던 역대 홍콩 총독 사진과 영국령 홍콩 깃발이 전시에서 빠졌고,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날 마지막 홍콩 총독인 크리스토퍼 프랜시스 패튼이 한 발언 영상도 더는 전시관에서 상영되지 않습니다.

또 이전 전시에서는 홍콩이 영국에 '할양됐다'고 돼 있었으나 새 전시에서는 영국이 홍콩을 '강점했다'로 바뀌었습니다.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며 홍콩 점령이 끝난 것도 '홍콩 광복' 대신 영국이 홍콩을 '재점령'했다고 서술했습니다.

1967년 극심한 폭력 사태로 50명 이상이 숨진, 이른바 '67폭동'은 '대규모 사회 혼란'이자 '반(反)영국 항쟁'으로 표현됐습니다.

당시 영국 식민 통치에 대한 누적된 불만 속에 홍콩 내 좌파 세력이 본토에서 진행되던 문화대혁명의 영향을 받아 조직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며 유혈사태가 빚어졌는데 좌파가 주도한 배경과 "거리에서 종종 사제 폭탄이 발견됐다"는 폭동 상황 관련 언급이 새 전시에서는 모두 삭제됐습니다.

그에 비해 중국 본토와의 연계는 전시 전반에서 강조됐습니다.

전시 서문부터 홍콩이 "진(秦)나라 시기부터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 마지막에 추가된 21세기 부분 전시는 '조국과 함께'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본토 동포와 홍콩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고락을 함께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중국 본토의 민족주의 선전 방향에 맞춰 항일전쟁 관련 내용도 비중이 늘고 표현도 강해졌습니다.

이전에는 홍콩의 일제 강점기 역사를 간략히 언급하는 정도였으나 새 전시에서는 중국 본토에서의 항일 전쟁 내용이 다수 추가됐으며 경제적 약탈과 민간인 학살, 위안부 관련 등 일본군이 홍콩에서 저지른 만행에 관한 내용도 새로 들어갔습니다.

BBC중문판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인 2020년 홍콩 정부가 홍콩역사박물관 문을 닫고 개보수에 들어간다고 발표할 당시 일부 시민들은 '홍콩 옛이야기'가 대폭 수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며 "6년 후 홍콩 정부의 서사에 부합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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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인(hi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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