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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인권기획] 죽음조차 외롭다…늘어나는 노인 고독사

사회

연합뉴스TV [노인인권기획] 죽음조차 외롭다…늘어나는 노인 고독사
  • 송고시간 2019-09-01 13:57:30
[노인인권기획] 죽음조차 외롭다…늘어나는 노인 고독사

[앵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숨진 지 사흘이 지나 뒤늦게 시신이 발견된 경우를 '고독사'로 분류합니다.

살아생전 외로웠고, 죽어서도 장례 치를 사람 하나 없는 쓸쓸한 노인의 삶, 오늘 세 번째 노인 인권 기획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준흠 기자입니다.

[기자]

노인 인구가 많은 서울 종로의 한 거리입니다.

얼핏 봐도 이 거리의 절반 정도는 노인인데요.

40년 뒤면 전국 어디를 가도 이곳 풍경과 비슷해질 전망입니다.

2060년, 노인 인구가 전체의 41%까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인 5명 중 1명은 아프거나 큰일이 나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홀몸 노인입니다.

당연히 앞으로 계속 늘어날 텐데, 벌써 137만명에 달합니다.

이렇다 보니 쓸쓸한 죽음, 일명 '노인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조성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쌓여 가는 요구르트를 이상하게 여긴 배달원이 신고하기 전까지, 80살 이 할머니의 생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결국 이 할머니는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지난 6월에는 60대 남성의 백골 시신이 사망 1년 만에 발견되는 등 노인 고독사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닙니다.

한 남성이 집안 곳곳에 약을 뿌립니다.

오염이 심한 벽지는 아예 뜯어내고, 세간살이와 옷가지 등도 정리합니다.

숨을 거둔 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발견된 이 집의 전 주인은 홀로 지내던 여성 노인.

가족도 지인도 없어 유품 치울 사람이 없다 보니 이런 현장을 대신 정리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한 것입니다.

<우상욱 / 유품정리업체 대표> "의뢰 건수는 많이 상승해 보통 하루에 문의를 포함해 5~10건 정도…고독사 현장 등 특수 상황에 오는 거라서 작업이 하루 내지 이틀 짧은 기간에 끝나진 않고요."

의뢰자는 주로 세를 놓아야 하는 집주인이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는 2013년 1,200여명에서 지난해 2,500명 이상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정확한 고독사 통계조차 알 수 없는 실정입니다.

<박영란 /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생활관리사가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독거 노인(홀몸 노인)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자식은 물론 사회에서도 잊혀진 노인들, 죽음마저 쓸쓸한 고령화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연합뉴스TV 조성흠입니다.

이렇게 심각한 노인 고독사 문제, 해법은 없을까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이 봉사 동아리 소속 대학생들은 한 달에 두 번씩 홀몸 노인들의 집을 방문합니다.

말벗을 해주고 집안일을 도와주기도 하는데, 갈 때마다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밟힙니다.

<전민지 / 봉사동아리 '코코볼' 부회장> "저희가 원래 격주로 봉사활동을 하는데 떠날 때마다 아쉬워하시면서 매주 와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너무 인상 깊었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홀몸노인 지원센터 등을 만들어 정기 방문을 하고 있지만, 외로움을 모두 덜기엔 인력도, 시간도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사람의 빈자리를 로봇 인형이 채우는 곳도 있습니다.

때가 되면 식사나 운동을 하라고 보채는가 하면, 센서가 달려 있어 움직임이 없으면 가족이나 사회복지사에게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한난순 / 춘천시 석사동> "안 먹고 있으면 자꾸 밥 먹자고 재촉해요. 그래서 먹기 싫어도 밥을 먹게 되고. 밥을 먹으니까 자연스럽게 약도 먹게 되죠."

특히 가사노동을 해본 적 없고, 실직이나 퇴직 이후 인간관계마저 단절되는 남성 노인은 밥하고 청소하는 일상생활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먹을 음식을 주는 것보다 요리법을 알려주는 것, 자립을 돕는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김명식 / 수원시 권선구> "혼자 사니까 아무래도 그리운 게…사람이죠. (요리 배운 뒤에는)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요리를 했으니까 좀 먹어봐라 권유도 하고…"

<조경연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이사> "우리 복지 시스템만 가지고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이런 측면에서 노인 스스로가 자립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우리의 노인 문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 사회의 고독 그 자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연합뉴스TV 이준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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