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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워치] 정인이 양모 무기징역…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사회

연합뉴스TV [이슈워치] 정인이 양모 무기징역…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 송고시간 2021-05-14 17:31:11
[이슈워치] 정인이 양모 무기징역…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

<출연 : 정다예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앵커]

학대당하다 숨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이 오늘(14일) 열렸습니다.

재판부는 양모에게 무기징역을, 양부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사회부 사건팀 정다예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정 기자 안녕하세요.

1심 결과가 첫 재판이 열린 지 4개월 여 만에 나왔는데요.

재판부 판단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서울남부지법은 양모 장모씨에 무기징역을, 양부 안모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우선 양모 장씨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재판부는 장씨의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된 혐의인 살인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는데요.

정인이의 사인이 췌장 절단 등 복부 손상이었는데, 장씨가 누워있는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았다고 보는 게 여러 정황상 타당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복부를 밟은 시점도 사망 당일이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장씨는 불과 입양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 정인이를 상습 학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만행으로 사망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양부 안씨는 아내의 폭행과 학대를 방조한 혐의 등을 받았는데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재판 후 법정구속 됐습니다.

재판부는 "안씨가 아내의 양육 태도와 피해자의 상태를 누구보다 알기 쉬운 위치에 있었는데도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장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고요.

안씨에게는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습니다.

[앵커]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 양모 장씨에게 고의성이 있었는지 아니었습니까?

[기자]

네, 검찰은 처음에 장씨를 기소할 때만 해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만을 적용했었는데요.

이후 공소장을 변경해서 살인죄를 추가했습니다.

고의성 없이는 정인이 췌장이 절단되는 등 복부가 심각하게 손상되기 힘들다고 본 건데요.

석 달간의 재판에선 끝까지 이 고의성을 두고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부검의와 법의학자 등을 대거 증인으로 불러,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할 근거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는데요.

당시 정인이 사인을 재감정했던 법의학자는 "발이나 손으로 강한 외력이 있어야 되는데, 당시 수술로 팔을 쓰기 어려웠던 장씨가 발로 밟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을 했고요.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했던 부검의는 정인이 신체 여러 부위에 골절 등 손상이 많았다며,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따로 부검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장씨는 "밥을 먹지 않아서 폭행하거나, 거칠게 대한 적이 있다"면서도 "아이를 밟거나 던진 적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특히 "살인에 이르게 할 고의는 없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재판부는 결국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애초에 상습적인 학대로 정인이 복부는 손상을 입은 상태였는데, 이때 강한 충격을 가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폭행을 하고도 119에 신고하지 않은 점 등도 고려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장씨 변호인이 주장했던 CPR 즉 심폐소생술 등의 충격으로 췌장이 절단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CPR을 하는 것으로는 췌장 절단 등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끔찍한 학대 정황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의 공분도 컸습니다.

그만큼 논란도 많았는데요.

[기자]

네, 오늘도 마찬가지지만 분노한 시민들은 첫 재판 전부터 법원 앞에 근조화환을 두고 검찰에 사형을 구형해달라고 요구했고요.

공판이 열릴 때마다 모여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양부 안씨는 과거 재판 뒤 취재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요.

그 부분은 영상으로 보시죠.

<안모씨 / 정인이 양부> "(아이 엄마가 복부에 외력 가한 적 없다는 입장인가요? 심경 한번 말씀해주시죠) 죄송합니다."

<안모씨 / 정인이 양부>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의 부실 대응도 도마에 올랐죠.

정인이가 입양된 후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는데요.

경찰과 보호기관은 학대 정황을 찾지 못하고 정인이를 양부모에게 돌려보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분이 커지자, 경찰은 당시 신고를 부실 처리한 양천경찰서 서장과 담당 경찰관들을 중징계했고요.

경찰청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김창룡 / 경찰청장> "앞으로 모든 아동학대 의심 사건에 대해 학대 혐의자의 정신병력, 알코올 중독과 피해 아동의 과거 진료기록을 반드시 확인… 현 서울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후임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 정통한 서울경찰청 총경을 발령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장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옥중편지'가 공개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한 유튜버가 장씨가 남편에게 쓴 거라며 공개한 편지에는, 친딸에게 영어책을 읽어주라는 말과 함께 이민을 갈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전 국민이 슬퍼하고, 또 계속해서 관심을 이어오고 있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동학대는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 또 유사한 학대 사례가 있었다고요.

[기자]

'정인이 사건' 불과 7개월 만에 경기 화성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어버이날이었는데요. 양부 A씨는 두 살배기 입양아가 칭얼거린다는 이유로 아이를 수 차례 때렸고, 그 뒤로 잠든 아이가 깨어나지 않자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하지만 뇌출혈 등 상태가 심각해서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의료진이 보니까 뇌 손상뿐 아니라 아이의 온몸에는 멍 자국이 있었습니다.

의료진 신고로 A씨는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고요.

의식을 잃은 아이는 중환자실에서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지난 11일 구속됐습니다.

A씨가 구속영장 심사 받기 위해 유치장 나서는 모습입니다.

< A씨 / 학대혐의 양부> "(학대 언제부터 시작하신 겁니까 아이한테 안 미안합니까?) 아이한테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아내도 학대 가담했습니까?) 아닙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최근까지 입양기관에서 방문 조사를 했지만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아동학대가 왜 이렇게 반복되는 겁니까.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요?

[기자]

사실 정인이 사건 이후에 관련 대책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우후죽순 쏟아졌다고 보는 게 맞는데요.

특히 국회는 정인이 이름을 딴 '정인이법'까지 제정을 했습니다.

학대로 아동이 숨지면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사형, 무기, 그리고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게 핵심입니다.

이 정인이법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됐지만, 문제는 학대 가해자들이 법 적용을 생각하며 행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학대가 있을 때 사후처벌만 강화할 게 아니라 사전에 예방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민간에 맡겨진 입양체계에, 상담부터 사후관리까지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요.

담당 기관이 아이들 상태를 체크할 때 부모 말만 들을 게 아니라, 실제 아이의 양육상태와 신체 건강을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국회의원 139명은 중대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대통령 직속 기구가 조사하도록 한 '아동학대 특별법'도 발의했지만, 현재 상임위조차 법안 심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법도 조속히 제정돼서 정부와 사회가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사건이 터질 때 반짝 관심을 가지는 것보다, 평소에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사랑의 눈으로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사건팀 정다예 기자와 말씀 나눴습니다.

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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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