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뜨거운 이슈된 '여가부 존폐' 논란

사회

연합뉴스TV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뜨거운 이슈된 '여가부 존폐' 논란
  • 송고시간 2021-07-17 22:00:12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뜨거운 이슈된 '여가부 존폐' 논란

[오프닝: 이준흠 기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여성가족부가 혹독한 성인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일부 대선주자가 '여가부 폐지론'을 공약으로 앞세우며 논란이 시작됐는데요. 대선을 앞두고 '작은 정부'로까지 논쟁이 번질 모양새입니다. 서형석 기자가 정치권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폐지논란 휩싸인 여가부…대선판 '작은정부' 논쟁으로 / 서형석 기자]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

여가부 폐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여가부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들고나온 겁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 설치를 대안으로 내놨고,

하태경 의원도 "여가부가 '젠더갈등조장부'가 됐다"며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36살 청년 이준석 대표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준석 / 국민의힘 대표 (7일)> "여성가족부가 지금까지 꾸준히 예산을 받아서 활동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젠더 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고 하는 것은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되는지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이들은 현 정부의 권력형 성범죄 등을 예로 들며 여가부가 여성 권익 보호를 위해 한 게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반면 여권에서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전혜숙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7일)> "젠더 갈등을 부추겨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군사 독재 정권의 지배 전략과 전혀 다르지 않은 비열한 전략…"

이른바 '이대남' 표심을 잡기 위해 성별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의당은 "젠더 갈등의 힘으로 당명을 바꾸라"며 비판했습니다.

여당 대권주자들도 가세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시선집중)> "역할을 좀 더 성평등뿐만 아니라 평등영역 있지 않습니까? 확대해나가는 걸 고민해야지 없애버린다, 이건 정말 무책임한 얘기 같습니다."

<이낙연 /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역설이지만 여성부는 여성부가 없어지는 그 날을 위해 일하는 부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여성가족부를 없앨 그 날이 아닙니다."

오히려 현재 여가부의 역할과 책임을 더 확대할 시점이라는 겁니다.

경계의 목소리는 야당 안에서도 나옵니다.

윤희숙 의원은 여성을 넘어선 '양성평등' 본질과 청소년, 모든 형태의 가족 지원에 충실한 '양성평등 가족부'로의 개편을 주장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대녀'의 지지를 배척한다는 우려를 만드는 게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여가부 폐지를 "과도한 세 부담과 불필요한 정부지출을 줄인다"는 '작은정부론'과 결부시키며 전선을 통일부 폐지로 확대했습니다.

결국 무엇이 진짜 '가성비'를 높이는 방법인지를 두고 청와대 입성을 꿈꾸는 대권주자들의 갑론을박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연합뉴스TV 서형석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여성가족부, 올해로 딱 스무 살이 됐습니다.

지난 2001년 DJ 정부에서 '여성부'로 처음으로 탄생을 했고요.

정권에 따라 여성부, 여성가족부를 오가며 부처명과 주력 업무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여가부의 기본 가치는 '여성 권익 보호'인데, 최근 여가부 역할론에 국민 시선이 쏠릴만한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미투 운동, n번방 사건 등 '젠더 이슈'가 잇따라 발생한 것입니다.

특히 박원순, 오거돈 두 지방자치단체장의 성추행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죠. 하지만 이 후속 처리 과정에서 여가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여성보다 정권이 먼저'라는 비판이 불거질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20년 역사를 모두 부정할 일은 아닐 겁니다.

80조 원 넘는 예산을 다루는 보건복지부와는 비교도 안 됩니다. 통일부보다도 규모가 적습니다.

인력 규모는 300명이 채 안 되는데, '청' 단위인 기상청보다 적고 '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업무 범위는 점점 넓어져, '양성평등, 청소년, 다양한 가족, 인권'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여성가족부가 우리 사회에서 한 일을 보면 2004년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해바라기센터, 호주제 폐지, 이주여성 긴급전화 1366 설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제정, 아이돌보미 사업 등 굵직한 성과를 내왔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공적 영역에 이제 막 통용되기 시작한 '성 인지 감수성', 여가부가 아니고서는 신경 쓸 부처가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전 장관은 여가부가 사라지는 건 국가 운영원리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준흠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은 단순히 기관에 대한 찬반을 넘어 성 평등과 약자 인권 보호가 과연 우리 사회에서 달성됐느냐가 핵심일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여가부가 없어져도 괜찮은 사회가 됐을까요? 여가부의 빛과 그림자, 정인용 기자가 좀 더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출범 20년 맞은 여성가족부…한계와 성과는 / 정인용 기자]

여성가족부는 김대중 정부 시절 여성부로 출범한 이후부터 가족 정책을 놓고 여성부와 여성가족부 사이를 오가며 2010년에서야 지금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최근 들어 부처 축소를 넘어 여가부가 폐지론까지 강하게 일게 된 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였습니다.

뒷북 대응을 한 것도 모자라 피해자를 고소인으로 표현하며 여성을 대변하는 부처의 상징성을 외면한 탓입니다.

특히 부처 수장은 부산과 서울시장의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마당에 이 비용을 놓고 폐지 논란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정옥 / 前 여성가족부 장관(지난해 11월)> "국가에 굉장히 큰 새로운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서 국민 전체가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하지만 부각되기 쉬운 대형 사건만으로 여가부 폐지를 논하는 건 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여가부 예산의 80%는 가족이나 청소년 취약계층을 위해 쓰여지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돌봄과 교육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고…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이용자> "여기 오지 않는다면 애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질 거고 부모님도 여러 학원을 보내면 살짝 돈이 부담될 거고 (여기서는) 학교에서 못하는 코딩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아이돌봄 서비스나 다문화가정 지원 등 가족 사업도 확대해가고 있지만, 혜택을 받는 이들이 소수 계층이라 다양한 역할이 가려진 측면이 크다는 게 여가부의 입장입니다.

<정영애 / 여성가족부 장관> "다문화 가족이라든지 한부모 가족이라든가 위기청소년이라든가 그런 위기 또는 취약계층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의) 보편적인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지도가 낮은 측면이…"

여성계에서는 남녀 임금 격차 등 해소를 위해 지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을 비롯한 전반적인 예산을 늘려 부처의 권한과 위상을 끌어올려야 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신지예 /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세계 성평등지수에서) 156개국 중에 102등밖에 한국은 하지 못했고, 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 중) 여성에 관련해서는 0.1%도 아니고 0.01% 정도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해도 여가부 폐지는 역행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UN 회원국 가운데 여성이나 성평등 관련 장관급 부처 또는 기구가 있는 국가는 97개국이고, OECD 국가 중에도 절반에 달하는 만큼, 부처 폐지까지 주장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정인용입니다.

[이준흠 기자]

어찌 됐든 이번을 계기로 여가부에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겁니다. 물론 방식에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텐데요, 어떤 대안들이 있을지 한지이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전문가들이 보는 해법은…"업무·역할 재정립해야" / 한지이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론이 해마다 반복되는 건 권력형 성범죄에서 보여준 여가부의 모호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권력 눈치 보기, 젠더 갈등 방치 논란 속에서 여성보다 정치 논리가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고, 이것이 부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원초적 질문으로 이어진 겁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48.6%가 적절하다고 답한 반면 39.8%는 부적절하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문가들은 폐지 찬반 논의 전에 업무 중복 효율성 측면에서 종합적인 부처 개편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재훈 /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금 여성가족부가 여성은 젠더 관점을 대변하는 성평등위원회, 가족은 사회서비스를 총괄하는 사회서비스부라든지 이런 식으로 타 부처와의 발전적 통합, 해체 이런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구체적 대안으로 더 많은 예산과 인적자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윤김지영 / 창원대 철학과 교수>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여러모로 재정적, 인적 지원이 덜 뒷받침되어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평등을 위한 허브 기관이자 집행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 어려운…"

아울러 국가 운영의 큰 틀에서 여가부의 바람직한 역할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정혜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성차별, 성평등 현실이 어떻고, 지금의 정책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무엇인지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 20년 간 여성가족부가 여러 정책에서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존폐 논란이 불거지는 건 자성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대선을 앞둔 정쟁의 소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맞게 역할을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남녀를 뜻하는 '이대남', '이대녀'란 단어가 정치권에서 통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심화하는 젠더 갈등과 맞물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인들이, 되레 남녀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결은 조금 다르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인종·지역·정치 이념 간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미국은 결국 의사당 폭동 사태까지 겪었습니다. 갈등 조장 정치의 말로는 항상 좋지 않았습니다.

여가부 폐지 논쟁이 아픈 개혁의 과정이 될지, 사회 분열만 가중하게 될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