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차이나워치] 중국, 사교육 '지하화'…"월 500만원 가정교사"

세계

연합뉴스TV [차이나워치] 중국, 사교육 '지하화'…"월 500만원 가정교사"
  • 송고시간 2021-10-15 17:52:40
[차이나워치] 중국, 사교육 '지하화'…"월 500만원 가정교사"

[앵커]

중국에서는 사교육과 인터넷 게임 규제, 연예인 퇴출까지 사회 각 분야에 걸쳐 잘못된 풍조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이른바 '정풍운동'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풍운동이 바람이 거세질수록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요.

베이징 연결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임광빈 특파원.

[기자]

네, 베이징입니다.

[앵커]

중국 당국이 사교육 금지조치를 내린 뒤 오히려 고액 가정교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을 줄이겠다'며 사교육 규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떨어진 출산율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당국의 기대도 담겼습니다.

그런데요.

정책이 발표된 지 불과 석 달도 안 돼 이미 예견됐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국의 단속을 피해 사교육이 '지하화'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현지 매체들은 구인 사이트 등에서 '고급 가사 돌보미', '고급 보모' 형식으로 가정 교사를 채용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의 한 달 보수는 우리 돈으로 약 370만 원에서 55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직 희망자들도 출신 대학과 함께, '영어가 유창하다' 든지 '모든 과목을 지도할 수 있다는 등의 문구를 내걸고 가정 교사 자리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교육부도 이미 지난달 '편법 사교육 단속에 대한 통지문'을 통해 일부 지방에서 이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인정하기며 단속을 강화했는데요.

단속을 피해 카페 등에서 과외 교습을 하는 사례가 늘자 이를 금지했고, '문화전파' '상담' 등의 형식으로 위장한 과외 교사 고용도 금지 대상에 명시했습니다.

[앵커]

'정풍운동'은 사교육뿐 아니라, 연예계와 문화 예술계도 마찬가지인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중국에서는 '홍색 정풍'이라는 이름으로 연예계와 문화예술계에 대한 집중 단속과 함께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달 초 개봉한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는 우리 돈 7천억 원 대 수입을 올리며 역대 중국 흥행 1위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한 경제 매체에서 부편집장까지 지낸 인사가 이 영화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돼 구류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경제주간지 차이징의 부편집장을 지낸 뤄창핑은 중국의 SNS 웨이보를 통해 "반세기가 지났지만, 이 전쟁이 정의로웠는지에 대해 거의 반성하지 않았다"고 적은 것입니다.

중국 내 불고 있는 애국주의 열풍 속에서 많은 누리꾼들은 뤄씨가 당시 전쟁에서 싸운 중공군을 모독했다고 비판했는데요.

누리꾼들은 뤄씨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한 것이라며 "이 전쟁에 관해 많은 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북한과 한국을 보면 답은 분명해진다"라고 한 데 대해, 애초에 이 글을 쓴 사람도 체포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또 다른 한 영화평론가는 "'장진호'와 같은 영화를 제작하는 중국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이 글도 많은 누리꾼들의 비판 속에 평론가의 계정은 폐쇄됐습니다.

한편, 중국 베이징 둥청구 인민법원은 최근 웨이보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에 대해 애국 열사를 모욕 혐의로 징역 7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누리꾼은 "길에서 시위도 못 하는 나라가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인터넷 폭도를 만들었다"면서 '인터넷 폭도'와 관련된 글을 썼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국공내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둥춘루이를 과대 포장된 인물로 묘사한 바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한 상황인데요.

한한령에도 한류 문화에 대한 수요는 계속 이어지고 있군요?

[기자]

중국에서도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배우들의 의상은 물론 달고나도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될 정도입니다.

상하이에서는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도 생겼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중국에서는 넷플릭스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데요.

더구나 지난 2016년 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류 문화 금지 조치, 이른바 한한령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은 정식 유통도 사실상 금지됐습니다.

중국에서는 우회 접속을 하거나 불법으로 다운로드 한 영상을 공유해야만 오징어 게임 시청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달 초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은 중국의 60개 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는 '비이성적 스타 추종을 금지한다'며, BTS나 아이유, 블랙핑크 등 한국 아이돌 가수의 팬클럽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도 취했는데요.

결국 중국 당국의 제한 조치에도 한류 문화에 대한 민간 차원의 수요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강력한 부동산 규제조치로 인한 헝다그룹 위기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인데요.

중국 경제를 넘어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는 우려도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애초 우려했던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까지는 아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애초 중국 당국이 부동산 규제조치를 내놓았던 이유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함께 잘살자는 목표, 이른바 '공동부유'를 이루기 위한 정책이었는데요.

갑작스럽게 돈줄이 말라버린 부동산 기업들이 채무불이행 상황에 몰리게 됐고, 중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게 된 겁니다.

이런 가운데, 헝다그룹 본사가 자리한 중국 광둥성의 경우 주택 구매와 관련한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광둥성 당국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성 정부의 승인 없이 특별판매를 하거나, 시장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는 매물의 경우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지방 정부의 이같은 경고는 부동산 업계의 유동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 대한 부작용이 잇따라 나오면서 불안감도 클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의 대응은 어떤가요?

[기자]

갑작스러운 중국의 정책 변화로 중국은 물론 세계 투자자들은 이미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본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의 거시경제는 전체적으로 안정돼 있고,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해 본 경험이 있어 향후 발전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인터넷과 사교육, 부동산 규제 등으로 촉발된 민영 경제 부분에 대한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민영 경제의 건강한 발전, 기업가의 혁신과 창업을 지지할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고 있습니다.

또, 문화 연예계 활동이 경직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가와 홍콩을 사랑하는 연예인은 적극 지원하겠다"면서 애국주의를 당근책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규제 조치는 장기적이고, 높은 질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비롯해 금융감독기관 등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대규모 감찰에도 나섰는데요.

민영 기업들과의 결탁한 이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