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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산골만 찾아다니는 왕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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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산 넘고 물 건너…산골만 찾아다니는 왕진의사
  • 송고시간 2021-10-16 09:30:28
산 넘고 물 건너…산골만 찾아다니는 왕진의사

[앵커]

가까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되는 간단한 일도 산골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간 힘들고 번거로운 게 아닐 겁니다.

환자들을 위해 등산화를 신고 매일같이 오지마을을 찾는 왕진의사가 있어 화제인데요.

이상현 기자가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왕진 경력 20년 차 베테랑 양창모 원장이 서둘러 배에 오릅니다.

30분을 달려 도착한 마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환자의 집을 찾아갑니다.

커다란 왕진가방을 열어 기초 검사를 하고 천천히 대화를 하며 환자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병원이 많은 도시에선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산골 오지 마을에서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순이(90살) / 강원도 춘천시> "병원에 가면 사람들이 많고 하니까 짧잖아요. 대화하는 시간도 그렇고. 여기에 오시면 하나하나 다 세밀하게 해주시거든요. 그래서 매일 기다리게 돼요."

양 원장은 20여 년 전 지인 부탁에 장애인의 집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왕진을 시작했습니다.

10년 간 의원에서 일을 하다 그만둔 지난해부터 방문진료센터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오지의 환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도움으로 왕진만 전담으로 하며 간호사와 코디네이터로 구성된 팀도 꾸릴 수 있었습니다.

<양창모 / 왕진의사> "실제로 환자분들을 만나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제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었죠."

벌써 800회 가까운 왕진을 했지만 간단한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환자를 보는 건 쉽게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강원지역에는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해 숨지는 경우가 인구 10만 명 당 80.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왕진을 전담으로 하는 의사는 양 원장이 유일합니다.

정부가 지난 2019년 진료비 등을 지원하는 왕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참여율은 저조기만 합니다.

자신이 흘리는 땀을 계기로 공공의료 서비스가 더욱 개선돼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양 원장의 꿈입니다.

<양창모 / 왕진의사> "두 달에 한 번이라도 어르신들한테 필요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줄 수 있도록 마을 진료소를 연다면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의 고통이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연합뉴스TV 이상현입니다. (idealtyp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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