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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D-1…미완의 시작

사회

연합뉴스TV [이슈현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D-1…미완의 시작
  • 송고시간 2022-01-26 14:55:51
[이슈현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D-1…미완의 시작

<출연 : 박상률 연합뉴스TV 사회부 기자>

[앵커]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처벌을 강화하다 보니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데요.

사회부 박상률 기자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의미, 그리고 한계점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 기자,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간략한 정리부터 해주시죠.

[기자]

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한 법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 1조를 함께 보시면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경영책임자 등을 규정함으로써" 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내용이 다 나와있죠.

산업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1월에 제정이 됐고, 정확히 1년이라는 시간동안 법 시행이 유예가 됐습니다.

[앵커]

중대재해처벌법은 모든 사업장에 다 적용이 되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내일부터 적용됩니다.

5인 이상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의 유예기간을 더 둬서 2024년 1월부터 적용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인원 외에 공사 금액이 50억원 이상인 현장도 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앵커]

아니, 실제로 산재 사망사고는 50인 이상 사업장이 아니라 그 이외에서 많이 발생하는 걸로 아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를 살펴볼까요.

산업재해 사망자가 모두 82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현장에서의 사망자 수만 그렇습니다.

여기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38%, 5인~49인 42%가 사망했어요. 80%입니다.

10명 중 8명이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했지만 당장 이 사업장들은 이번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겁니다.

[앵커]

그럼 법의 실효성을 두고 노동계에선 불만이 적지 않겠는데요.

[기자]

그렇죠. 노동계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법 적용을 유예할 수는 있어도 아예 제외하는 건 '위험의 차별화'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죠.

그러나 일각에선 소규모 사업장의 책임자들을 다 처벌하게 된다면 산업 전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반발도 있습니다.

법 적용 대상을 두고 자세히 설명을 드렸는데, 분명한 건 이 법이 시행됨으로써 대규모 사업장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앵커]

실제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50인 이상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변화라고 생각되는데, 사업장들은 굉장히 분주하겠습니다.

[기자]

최고안전책임자, CSO라고 하는데요.

요즘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최근 CSO 선임을 공식 발표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에 관한 책임자를 명시적으로 둬서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거죠. 안전보건 이사를 선임하는 곳들도 많고요.

안전 담당 부서가 예전에는 최상급 조직이 아니었다면 아예 대표 전담 조직으로 두거나 대폭 격상시켜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인력 충원은 당연하고요.

[앵커]

대기업이야 여력이 있으니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게 가능할 것 같은데 그 외에는 어떻습니까?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중소기업이나 중견 기업 역시 현장에서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인력을 바쁘게 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안전 관리 자격증을 가진 경력자들을 스카웃하느라 경쟁이 붙어서 그분들의 몸값이 전보다 곱절로 뛰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책임있는 자를 선임해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되 법적 책임도 함께 지도록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본인들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의미의 선임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처벌이 쟁점이다 보니까 누구를 처벌하느냐가 지금 굉장히 중요한 문제 같습니다.

그럼 안전책임자를 처벌하는 건가요? 사업주는 처벌하지 않는 겁니까?

[기자]

이 부분에서 법이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법상으로는 경영책임자나 안전관련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정부는 "안전담당 이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제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거든요.

그럼 경우에 따라선 안전담당 책임자가 있더라도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뜻이 됩니다.

법이 명확하지 않으니 해석의 여지가 커지는데 그 해석도 불명확하다보니 현장은 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겁니다.

경영책임자도 처벌하는거냐? 라고 물으면 또'그런것만은 아니다' 이런식이니, 답답할 수밖에 없는거죠.

[앵커]

공사 현장 같은 곳이 꼭 민간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공공기관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때는 그럼 장관이 최고 책임자일텐데 이 경우 장관도 처벌 대상입니까

[기자]

맞습니다.

장관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가 감전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는데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한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법이 시행됐다면 사장도 처벌 대상'이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발주하는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역시 국토부 장관이 처벌 대상이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장관이 직접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앵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과 동시에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핵심 요소 아닌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중대재해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고 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안전의무 사항을 잘 지켰다고 하면 무조건 처벌하지는 않겠다는 게 법의 취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장관의 경우를 설명하면서 '처벌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민간 기업의 경우는 이 '안전의무'라고 하는 것이 또 애매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노력했다'고 항변해도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그 부분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이야기입니까?

[기자]

법이 정확하게 '이러이러한 것들을 구비해서 이런 것들을 지키세요' 라고 되어 있다면 사업장에선 그것들만 지키면 되겠죠.

이걸 간단하게 말해 '표준' 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표준'이 있어야 기업들도 예측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를 하게 되는건데 정부는 이 '표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업장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개별 현장에서 적용되는 안전조치 의무를 일일이 정의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컨설팅도 해주고 설명회도 열고 있지만 법이 모호한데 컨설팅과 설명회가 수차례 있다한들 공허한 메아리와도 비슷하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그럼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선 그야말로 '모든 것'들을 다 준비해야 되는거겠군요.

[기자]

그렇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경우엔 그 '모든 준비'들을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현실적으로 그러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이고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그 '모든 준비'들을 하려면 적자가 아니라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법이 최소한의 준비를 제시했다면 좋았을텐데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한 데 따른 부작용입니다.

[앵커]

하지만 이 법이 불완전하긴 해도 꼭 필요한 건 맞지 않습니까

[앵커]

그렇죠. 기존에도 산업재해 발생 시 책임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있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다뤘는데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산재 사망·상해 사고의 피고인 가운데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사람은 3%도 안 됐습니다.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거든요.

솜방망이 처벌이다 보니 굳이 심각하게 안전조치 의무를 할 생각도 잘 못 했던 게 현실입니다.

이제는 다르죠.

중대재해처벌 처벌 조항은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입니다.

형사처벌 규정이 굉장히 강하죠. 특히 경영책임자, 오너가 처벌받게 된다고 하니 회사에선 실질적인 안전보건 조치에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1호 케이스는 절대 되지 말자는 분위기로 인해 현장에서의 중대재해는 분명 줄어들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네, 감사합니다.

사회부 박상률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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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