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복 80주년을 맞았지만 전국 곳곳에는 식민 잔재가 여전히 산재해 있습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들이 뒤늦게나마 실태를 파악하고 단죄문을 설치하는 등 청산 작업에 나섰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김경인 기자입니다.

[기자]

충북 음성군의 향토문화유적인 '경호정'입니다.

모양이 일부 바뀌었지만, 처음에는 네모난 연못에, 둥근 섬이 있는 일장기 형태였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왕세자의 출생을 기념해 만든 건데, 설명 한 줄 없습니다.

<진현백 / 충북 음성군 주민> "최소한의 그런 유적에 대한 안내판 정도는 이렇게 표시해두는 것이 우리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전남 나주 구진포터널은 일제가 1914년 호남선 철도를 개통하면서 만든 터널입니다.

호남 지역의 미곡을 일본으로 수송하는 등 조선 수탈의 통로로 사용됐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 수탈의 상징 중 하나이지만 무관심 속에 안내판 하나 없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주차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전라도관찰사 김성근 비석.

김성근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청산 대상이지만 비석이 마을 중심에 떡하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장양기 / 전남 장흥군 주민> "여기 있으면 쓰겠어요. 우리 동네에. 한일합병 할 때도 이 사람이 아주 공을 세운 것 같아. 일본 OO 측에 서서."

전남도는 지난해서야 뒤늦게 전수조사를 진행해 식민 잔재 136건을 찾았습니다.

철거하거나 단죄문을 설치하는 등 청산 작업이 끝난 잔재는 18건에 불과합니다.

전북도는 5년 전 전수조사에서 일제 잔재 133건을 찾아 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40%가량은 끝내지 못했습니다.

이미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어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곳도 있습니다.

청산 대상물이 후손 등 개인 소유일 경우엔 처분도 쉽지 않습니다.

전주 오대목 인근에 있는 친일 인사 박영근 자서비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은미 / 전북도의원> "과거 역사를 바로잡고 또 앞으로 미래의 희망을 좀 만들어 내는 이런 제도들이 적극적으로 좀 이렇게 도입이 돼야 되지 않나…"

식민 잔재 청산은 단순히 과거사를 바로잡는 차원을 넘어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고 우리 문화를 되찾는 과정입니다.

<김순흥 /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광복 80년이 되도록 해방 80년이 되도록 아직 그것을 못 벗어났다는 것은 진정한 광복이 아니죠. 물리적인 광복도 필요하지만 문화적 광복이 중요합니다."

광복 80주년이 됐지만 일제강점기 치욕과 울분의 역사를 바로잡는 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경인입니다.

[영상취재 이용준 이승안 정경환 박종석]

[영상편집 이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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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ki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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