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열흘 전 경북 청도에서 철도 상태를 점검하던 작업자들이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근로자 5명이 다치고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건지, 당시 상황을 취재한 정지훈 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정지훈 기자, 지금 어디 나와 있습니까?

[기자]

네, 제가 있는 곳은 경북 청도 남성현역에서 청도역 사이, 사고 현장인근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선로를 따라 지난 19일 오전, 작업자 7명이 이동하다가 달려오던 무궁화호에 치였습니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앵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이 왜 한꺼번에 선로에서 사고를 당했는지, 가장 궁금한 대목인데요?

[기자]

사고 초기부터 안전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당시 작업자들은 선로 주변 시설물 안전 점검을 위해 이동 중에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코레일 측은 최근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호우로 인한 비탈면 구조물 피해가 없는지 외주 업체에 안전 점검을 의뢰했습니다.

사고 당시 코레일 측은 해당 점검 용역이 위험 지역 2m 바깥에서 이뤄지는 상례작업으로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작업자들은 이 위험 구간 안에서 이동하다 사고가 났습니다.

<노영수/ 코레일 대구본부 안전관리팀장 (지난 19일)> "노반이 있었지만, 자갈 도상을 밟고 지나간 걸로 저희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노반으로 이동한 건 아니다. 그렇죠?) "예 그렇습니다. 노반으로 이동하면 사고 날 일이 없습니다."

[앵커]

작업자들이 노반이 있었지만, 자갈 도상을 밟고 지나갔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기자]

네, 철로는 기차 바퀴가 다니는 레일, 이것을 궤도라고 하는데요.

이 궤도를 만들기 위해 다지고 쌓는 토대를 노반이라고 합니다.

궤도는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침목 위에 설치되는데요.

이 궤도 위로 무거운 열차가 지나면서 큰 하중을 받게 되는데, 궤도 주변에 깔린 자갈 등이 하중을 넓게 분산시키고, 침목이 움직이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도상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선로나 주변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철길이 아닌 노반을 따라 이동하는데 그랬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거란 의미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코레일 측의 이런 입장에 대해 노동자들의 반발도 크죠?

작업자들의 잘못이나 실수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건데, 이번 사고에 대한 노동자들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노동자들은 사고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합니다.

코레일 규정엔 위험지역 2m 이내 작업은 반드시 '차단 작업'을 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은 열차를 멈추지 않고 하는 '상례작업'으로 분류돼 진행됐습니다.

시설물 안전 점검은 열차 운행을 멈추지 않는 상례작업으로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게 코레일 측의 입장입니다.

노동자들은 선로 접근 과정에서 대피할 곳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례 작업이 존재하는 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강철 / 전국철도노조 위원장> "지금처럼 열차가 다니는 도중에 주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이 조건이 없어지지 않으면 계속 사고는 반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 사고 현장은 열차를 멈추지 않는 상례작업으로 진행했는데, 코레일의 입장과 달리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죠?

[기자]

네, 상례 작업을 승인했던 과정이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코레일의 상례작업 세부사항 규정(42조 1항)엔 대피 가능 작업 등 안전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특히 외부 공사업체는 상례작업 계획 협의를 사전에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아침에야 작업 협의가 이뤄졌고, 승인과 실제 작업 시작 시점의 간격은 불과 몇십 분에 불과했습니다.

안전 검토가 충분히 이뤄질 수 없었던 겁니다.

게다가 작업 구간 노반은 풀숲에 가려 대피 공간도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상례작업을 해서는 안 되는 조건에서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앵커]

안전 책임이 현장 말단으로만 전가됐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원청과 하청 계약으로 위험의 외주화란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작업계획서와 실제 투입 인원이 달랐던 사실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작업 명부에 이름이 있었던 인원 중 2명은 현장에 없었고, 대신 다른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작업계획서와 안전교육일지 등엔 교육 확인, 안전장구 착용 확인도 다른 사람이 대신 거짓으로 서명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결국 현장에 투입됐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관리 부실과 무리한 작업 관행이 겹치면서 사고 위험은 상시적으로 존재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특히 안전 책임이 현장 노동자에게만 떠넘겨졌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앵커]

문제는 철도 현장에서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철도 사고는 작은 사고라도 곧장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기자]

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철도사고는 170여 건(178건), 사상자 수는 183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작업 중 사고만 51건으로 13명이 숨지고 4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매년 평균 10명이 철도사고로 일하다 다치거나 숨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경찰과 검찰, 노동부 등 관계기관이 함께 이번 사고 원인을 밝히고 안전 규정을 어기진 않았는지 조사하고 있죠?

수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경찰과 검찰은 전담팀을 꾸려 블랙박스와 CCTV를 분석하고 있고, 최근 사고 열차 기관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경찰 수사팀은 사고 당시 작업자로부터 열차접근경보장치가 울렸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작업자들은 당시 작업 장소까지 400m 구간을 이동하던 중 비탈면에서 좁아지는 구간에 이르면서 선로 위험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는데, 노반에 수풀이 우거진 탓에 시야가 많이 가려졌다고 진술했습니다.

열차가 접근해도 마땅히 대피할 공간도 여유도 없었다는 주장인데요.

이 때문에 열차 접근 경보장치의 정상 작동 여부도 쟁점입니다.

<안중만 /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 (지난 20일) "(대피) 공간은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넉넉하지는 않고 그러나 (열차가) 온다고 예측을 하고 그랬다면 충분하게 피할 수 있는 여지는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노동부도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 중입니다.

<김영훈/노동부장관 (지난 19일)>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관행의 문제인지, 아니면 그 무엇이든지 간에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을 끝까지 파헤치는 것 그것이 어떤 대책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번 사고로 드러난 건 안전 매뉴얼의 허점과 책임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사고는 끝났지만, 피해자와 유족의 고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하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지훈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현장연결 강준혁]

[영상편집 구도희]

[그래픽 심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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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daegura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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