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허위 폭발물 협박이 늘어나는 배경으로는 말 뿐인 엄벌이 지목됩니다.

엄벌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실제 형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장난'이 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중형에 거액의 배상금까지 물리는 해외와는 대조적입니다.

이어서 김나영 기자입니다.

[기자]

길바닥에 선명한 혈흔.

2년 전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상에서 ‘살인 예고’가 잇따랐고, 사회적 불안은 커졌습니다.

상당 수가 장난 글이었고 처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3월 ‘공중협박죄’가 새로 시행됐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를 겨냥해 공포를 조성하는 협박을 별도로 처벌하자는 취지입니다.

<서영교/국회의원> “인터넷에 ‘인천공항에 폭발물을 설치하겠다’고 하면 뚜렷한 피해자가 선정되지 않아 처벌이 애매했습니다. 공중을 협박하는 죄에 대해 처벌하는 공중협박죄를 신설했습니다.”

기존 협박죄의 상한이 징역 3년·벌금 500만 원이었다면, 공중협박죄는 형량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조만진/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장>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강화된 법에도 불구하고 실제 처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법이 도입된 이후 지난달까지 테러 협박글 관련 범죄는 72건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실제 기소된 건 절반 정도였고 구속상태로 검찰에 송치된 경우는 10%도 채 안됩니다.

이 가운데 첫 선고가 최근에 나왔는데 벌금 600만 원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5월 직접 만든 사제 폭탄을 들고 30분간 거리를 돌아다니며 시민을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에 대한 선고인데, 지적 장애를 갖고 있던 상황 등이 양형에 반영됐습니다.

비슷한 범행의 경우 해외에선 거의 실형을 선고하고 억대 배상금까지 물리며 말그대로 엄벌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해외에서는 폭발물 위협으로 동원된 경찰력 배상 책임은 물론, 이로 인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피해를 봤을 경우에는 민사상 손해배상 규모가 더 커집니다.

실제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20대 남성이 한 회사에 "폭탄 폭발까지 2분 남았다"고 위협 전화를 걸었다가 징역형과 함께 한화로 6억3천800만원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가벼운 처벌 관행이 모방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처벌 받지 않거나 아주 경미하게 한다. 억제는 불가능해지고, 이런 협박 글을 올리는 친구들이 청소년이 많은데, 아주 재밌는 흥분되는 놀잇감이 되기 쉽죠."

전문가들은 법 시행 초기일수록 엄중한 처벌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고영권/제주지방변호사회장> "시행 초기부터 신속 확실하고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범죄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구요, 피해자의 영업 손실에 대해서도 철저한 보상이 이뤄져야…."

실효성 있는 집행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중협박죄는 이름뿐인 법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김나영입니다.

[영상취재 서충원]

[영상편집 이예림]

[그래픽 허진영 박주혜 서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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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na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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