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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출산도 '손사래'…수십조원씩 밑빠진 독에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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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결혼도 출산도 '손사래'…수십조원씩 밑빠진 독에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023-03-27 11:00:08
결혼도 출산도 '손사래'…수십조원씩 밑빠진 독에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청년세대에 결혼과 출산은 사회적 관례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됐습니다.

부동산값 상승으로 젊은 부부가 아이를 키울만한 집을 구하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 세상입니다. 일타강사 수업을 듣는 게 당연시되는 등 고착화된 사교육 세상은 더욱 출산의지를 떨어드립니다. 육아휴직 제도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는 직업 안정성이 보장된 정규직이나 공공기관 종사자가 주로 누릴 수 있습니다.

사회는 더욱 더 맞벌이를 강요하는 데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에서는 저출생 현상과 원인, 해외 선진국의 성공사례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김예림 기자입니다.

[2030 여성들 "결혼·출산 필수 아냐"…이유는? / 김예림 기자]

더 이상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닙니다.

<박현정 / 서울 서대문구> "제도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충분히 혼자서 살아가기에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을 해서 …"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예림 기자> "만 20~34세 미혼자 중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데 동의한 여성은 4%, 남성은 약 13%로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또한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여성은 약 53%로 남성의 2배 이상에 달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먼저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답했습니다.

<노지민 / 서울 은평구>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클 것 같은데, 요즘 20~30대 사이에서 취업도 힘든 실정이어서 안정적이지 않은 삶이 지속되다 보니까…"

<이채령 / 경기 화성시> "출산도 그렇고 결혼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안정이 안되면 힘들다는 게 많이 비치잖아요. 그런 영향이 큰 거 같아요."

청년 한 명의 평균 연소득은 2,162만 원에 취업자 비율은 약 67%.

또한 절반 이상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송경원 /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장 (지난 6일)> "독립을 계획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습니다."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성차별적 구조도 문제입니다.

<송하은 / 서울 강동구> "출산을 하면서 경력단절같이 제 커리어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아직까지는 결혼이랑 출산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조금 더 부담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미 5년 전 정부는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성차별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독박 육아와 경력단절, 성별 임금격차 등 성차별은 여전합니다.

지난해 경력단절 여성은 15~54세 기혼 여성 중 약 17%인 139만 여명입니다.대부분 육아와 결혼, 임신이 이유입니다.

서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조건이라는 필요조건과 성평등 돌봄이라는 충분조건이 만나 비교적 빠르게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났습니다.

<정재훈 /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 같은 경우 지금 경제적 여건도 어렵고 필요조건도 안 돼 있고…(부모가)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충분조건도 안 돼있고 이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거죠."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2년 뒤 0.61명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예림입니다.

[이광빈 기자]

정부 발표대로라면 지난 17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쓰인 예산은 300조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이 '저출산 예산'에는 저출산과 무관한 사업이 무더기로 포함돼 있는데요.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예산도 포함돼 있는데, 이를테면 청년 인구 급감에 따라 병력 구조를 첨단 무기체계로 개편하는 사업도 저출산 대책 예산의 범주에 있습니다.

정작 저출산 정책의 핵심인 가족복지나 보육 예산 규모는 선진국 대비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차승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저출산에 300조원 썼는데…예산 곳곳에 '구멍' / 차승은 기자]

<차승은 기자> "정부가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은 지난 2006년 2조 원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약 59조 원에 달했습니다.

17년 간 총 300조 원이 넘는 액수입니다."

반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 밑으로 내려가더니 지난해엔 0.78명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수백 조 원을 쏟아붓는데 출산율은 왜 오히려 떨어질까.

저출산 대책 예산을 뜯어봤습니다.

지난해 저출산 대응 사업 중에는 그린스마트 스쿨 조성 사업 확대, 해양수산 분야 창업 지원 등 저출산과는 거리가 있는 사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전에도 저출산과 무관한 사업이 포함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큰 변화는 없는 겁니다.

고용, 주거 등 간접적으로나마 저출산과 관련이 있는 대책도 각 부처들의 기존 복지 정책을 짜깁기한 수준입니다.

<전영수 /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시대 변화에 맞는 정확한 욕구 대응 분석을 못하다 보니 적재적소에 필요한 예산 배분이 잘 안 되는 것 같고, 기존의 익숙한 정책으로 그것을 풀어내려고 하는, 약간은 소극적인 자세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

반면, 보육 등 직접적인 저출산 지원책인 '가족 분야' 예산은 한 해 사이 1조 원 가량 늘어난 19조 원에 불과합니다.

GDP 대비 '가족 분야' 예산은 선진국의 30~40%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조성호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그쪽 나라(선진국)로 생각하면은 아직 그 정도도 투자하고 있지 않다고 얘기할 수가 있고…"

중구난방인 예산을 정비하고, 직접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 문제를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예산권과 정책결정권이 없어 정책을 독자적으로 기획할 수 없습니다.

강제성이 없다 보니 각 부처들도 인구 정책을 고심하거나 예산을 배정하는 데 소극적입니다.

이에 저고위에 컨트롤타워로서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영수 /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예산을 나누거나 법률, 시행령 같은 것들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채택될 수 있는 구조까지도… 실효적인 리더십을 줘야죠."

전담 부처를 만들어 인구 특임장관을 신설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결국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힘있는 조직이 정책을 끌고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저출생 흐름이 멈추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인구감소와 노령화 현상이 심화하게 됩니다. 젊은 이민자가 대폭 늘어나지 않으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저출생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입니다. 노령 인구를 부양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면 사회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소비와 생산이 위축되면 국가 경제 전체가 위축됩니다. 저출생 흐름을 막지 못하면 나라가 쇠망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일본의 저출생 문제는 오래됐는데요. 일본의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80만 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출생아는 80만명 정도로 전년 대비 5.1%나 줄어들었습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899년 이후 연간 출생아가 80만 명에 미치지 못한 것은 작년이 처음입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저출산 대책 마련에 서두르겠다고 했는데요.

이런 통계가 나올 때마다 매번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일본인 3명 중 2명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상반기 중에 내놓겠다고 한 저출산 대책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미국을 누르고 전 세계 최대강국으로 굴기하겠다고 호언해온 중국도 저출생 문제가 심화하자 긴장하고 있습니다. 인구감소로 경제성장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중국 여성이 평생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비율은 10%에 육박합니다. 5년 전의 6.1% 보다 급증했습니다.

중국에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이른바 '탕핑족'들이 늘어났다는 소식은 이미 오래됐습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과도한 교육열과 입시경쟁, 취업난 등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원인을 없애겠다고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중국 당국이 저출산 대책으로 미혼인 경우에도 난자 냉동 보관 허용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최근 알려지기까지 했습니다.

선진국은 대체로 저출생, 고령화 현상을 겪습니다. 저출생에 대응하는 정책이 쉽지는 않지만,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던 프랑스 사례에서 시사할 만한 점을 찾아보겠습니다.

김지선 기잡니다.

[한국은 돈 퍼붓고도 실패? 프랑스의 저출산 문제 해결법 / 김지선 기자]

2020년 기준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8명으로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다산 국가입니다.

1990년대 중반 1.6명대로 저점을 찍었던 출산율은, 2010년 2명대까지 회복했고, 현재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포함한 선진국의 여성취업률과 출산율이, 2천년대에 들어 '정비례'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제도와 인식이 개선되면서 일하는 여성의 숫자와 아이를 낳는 비율이 함께 올라갔던 겁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가족수당 등 현금성 지원책으로 양육비 부담을 줄인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프랑스의 GDP 대비 사회지출 규모는 31%로 단연 앞서갑니다. 하지만 12%인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의 60% 수준으로, 더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 칠레, 멕시코 밖에 없습니다.

가족 관련 지출로 범위를 좁혀봐도, 우리는 프랑스와 독일의 절반 정도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분위기 속 비혼 동거 커플이 보편화됐다는 점 역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는 평갑니다.

2021년 프랑스의 비혼출산율은 62.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해 태어난 아이 100명 중 62명은 전통적 의미의 혼인이 아닌 시민연대계약 등을 맺은 부모가 낳은 셈입니다. 반면 한국은 2.9%에 불과합니다.

프랑스를 비롯해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라들은 남성육아휴직 활성화, 일과 가정의 균형 유지, 파트타임 일자리 확대 등이 공통점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반전시킬 수 없다면,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는 것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대안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을 대거 받아들인 독일은, 장기간에 걸친 이민자 포용 정책을 통해 '인구 절벽'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롑니다.

연합뉴스 김지선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유럽에서 난민 등 이민자 수용으로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검증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민자 수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체계적인 이민·이주 정책을 펼치기 위해 이민청 설립을 추진하는데요. 이민 정책에선 내국인과 이주민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독일에서는 2017년 시리아 내전 등에 따라 난민 100만명이 유입된 후 난민에 대한 혐오 선동과 극우세력 부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독일 사회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난민을 사회의 일원으로서 통합시키는 과정을 꾸준히 밟아갔습니다. 이제 이민자들은 독일 사회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경쟁력의 하나가 됐습니다. 출산을 장려하고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정책이 성공한다면 인구감소 문제가 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절박한 수행 과제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저출생 사회가 불가역적이라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 사회적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을 고도화해 노동력이 덜 들어가더라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는 방안도 나옵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적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최병윤

AD 김다운 허지수

송고 이광빈2

#저출생 #성평등 #양육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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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