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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규제하자' 말잔치만…이번엔 속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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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암호화폐 시장 규제하자' 말잔치만…이번엔 속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 2023-04-10 07:03:08
'암호화폐 시장 규제하자' 말잔치만…이번엔 속도?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수많은 투자자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안긴 암호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인물, 권도형 씨가 최근 해외에서 체포됐죠. 암호화폐 사기 피해는 계속 늘고 있지만, 피해보상은 커녕 처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에 규제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다보니, 피해자가 양산되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이제 강력 범죄의 무대까지 되어버린 암호화폐 시장의 피해 실태와 규제 필요성,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동훈 기자가 피해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피해자들은 피눈물…"권도형, 차라리 미국으로" / 이동훈 기자]

[기자]

빠듯한 생활 속, 자녀의 학자금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고 지난해 테라·루나에 투자했던 A씨.

폭락 사태 당시 순식간에 3천만원을 잃었습니다.

11개월이 지났지만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은 여전합니다.

< A씨 / 테라·루나 투자 피해자> "잘나지 못한 집안이니까 어떻게든 뭐 대학이라도 좀 거기까지라도 제대로 좀 보내주고 싶어서 열심히 모으던 건데 한순간에 다 날려버려가지고…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은퇴자금 5천만원을 잃은 B씨도 당시의 충격이 생생한데, 권도형 씨의 체포 소식에 마냥 기뻐할 순 없었습니다.

피해 회복을 위해선 권 씨의 국내 송환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또 한편으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우려스럽습니다.

'응분의 댓가'를 받게 하려면, 차라리 혐의 하나 하나를 따로 처벌하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양가적 입장입니다.

< B씨 / 테라·루나 투자 피해자> "현행법으로 과연 걔를 갖다가 처벌할 수 있는지 저는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지금 아직까지 확신이 안 서요. 미국에서 영원히 우리 사회에서, 인간 사회에서 격리돼서 지내게 하고 싶다는…"

피해자들의 국내 사법처리에 대한 불신은 입법 부재로부터 시작합니다.

검찰은 권 씨를 불공정거래 행위로 처벌하고, 부당이득을 몰수하기 위해 루나를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볼지, 법적 기준이나 판례가 없어 처벌이 어려울 거라고 보는 겁니다.

관련 처벌이 약하다는 인식도 한몫합니다.

실제로 재작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범죄에 유죄판결이 나온 사건 39건 중 24건, 61%가 집행유예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피해사건 규모는 2018년 1,700억원 수준에서 재작년 3조1,300억원 수준으로 4년 만에 18배 넘게 늘었는데 가상자산 지위 논의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가상자산의 위치매김을 정확히 하고 거기에 합당한 법률안을 만들어서 사기나 부정거래가 있는 경우 그것을 진압하고 피해자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상자산의 발행 등에 대한 투자자 보호책을 담은 가상자산 관련법이 2021년 발의돼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관련 논의를 시작해 권 씨가 적절한 처벌을 받게 하고 제2의 테라·루나 사태를 막아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연합뉴스TV 이동훈입니다.

[이광빈 기자]

하루 평균 3조원의 돈이 오가는 가상자산 시장

문제는 국내에서는 이 시장에서 불공정 거래행위가 이뤄져도 처벌할 규정이 없습니다. 관련 법이 없는 탓인데요. 정부와 당국, 국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마련에 이제서야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이은정 기자입니다.

[일평균 거래량 3조…" 투자자 보호·CBDC 논의" / 이은정 기자]

[기자]

지난해 말 국내에서 유통된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9조원, 하루 평균 3조원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루나·테라 사태와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여파로 시가총액이 4조원 날아갔지만, 여전히 20조원에 가까운 시총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성인 16%는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계좌를 갖고 있는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대목이 "골칫거리 중 하나"라고 했고, 심지어는 "투자 대상으로 보기에는 여러 위험이 있다"고 할 정도로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정부 당국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을 통제할 방법은 없는데, 여기서 나온 수많은 투자 피해자들을 가만 두고 보기에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실물자산 내지 다른 금융상품과 연계된 기존 증권 상품과는 달리 가상자산은 담보 가치가 사실상 없어 증권성을 따질 수 없고, 불공정 거래를 제대로 처벌할 방법도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규제체계를 두고 가상자산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주현 / 금융위원장(지난 3월 업무보고 브리핑)> "1단계에서는 불공정거래 규제와 고객자산에 초점을 두고, 2단계로는 국제기준의 가시화를 보아가면서 시장질서 규제를 보완해 나가겠습니다."

20·30세대 이용자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도 금융당국으로선 부담입니다.

이들이 빚더미에 떠몰릴수록 우리 경제 전반의 부실 위험도 커지는 만큼, 당국의 대응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김병칠 /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지난달 금융감독 업무설명회)> "디지털자산 시장과 전통적 금융시장간 연계성 확대에 따른 잠재리스크 관리 방안도 검토하겠습니다."

지지부진했던 국회 입법 논의에도 시동이 걸렸습니다.

일단 여야가 합의한 법안 내용은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고객 예치금을 보호하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발행과 상장, 사업자 진입 규제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벌써부터 반쪽짜리 입법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따지는 복잡한 과정 없이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홍기훈 /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갈 길이 아주 멉니다.잘못했을 때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확실히 인지시켜줄 수 있는 법이 필요하고요. 차라리 공정거래법이나 자본시장법을 갖고 이 시장을 동시에 규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그 대안으로 중앙은행이 종잇돈 대신 디지털로 발행하는 화폐, CBDC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이 비트코인 거래 규모가 크고 가상자산 거래 디지털화가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공백을 틈 타 투자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이은정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암호화폐, 불과 몇년 전부터 미래 화폐로 급속히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서만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한때 하루 40조원대가 거래될 정도였습니다. 계층 사다리가 점점 사라지는 가운데 특히 2030세대들이 가상자산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측면도 부각됐습니다.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일획천금을 노리는 욕망이 득실댔습니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가상자산 시장의 부작용을 제어해 열기를 식히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해야 했는데, 규제 필요성에 대한 '말잔치'만 벌여왔습니다.

2021년 5월 이후 관련 법안이 18건이나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먼지만 쌓였습니다. 이렇게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운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왔습니다. 지난해 가상자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액은 1조192억원에 달했습니다.

최근에 2030 세대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이 커지자, IT 기술에 취약한 이들을 노리는 사기 방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코인 투자 등을 미끼로 다단계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투자금을 가로채는 사기 등이 대표적인 범죄 유형입니다. 가상자산이 법으로 정한 화폐,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은행 계좌가 아니라 암호화폐 지갑으로 송금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라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어렵습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금전적 갈등은 강력 범죄로까지 번졌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에는 암호화폐 시세조작, 투기 등이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무법천지가 된 암호화폐 시장을 무대로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과 편법을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암호화폐 시장은 상상하지 못했던 범죄, 호러 영화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전 세계 화폐 거래의 질서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암호화폐 시장. 각국에 관련한 사기 범죄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되고 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각국은 뒤늦게나마 규제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습니다. 기존 법 테두리 내로 가상자산 시장을 밀어넣고 있습니다. 인도는 자금세탁방지법을 적용하고, 유럽의회는 익명거래를 중지하고, 중국은 모든 암호화폐 거래를 불법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정호윤 기자입니다.

[가상화폐의 연이은 몰락… 규제 고삐 움직임 뚜렷 / 정호윤 기자]

[기자]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 제국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미국 당국이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에게 규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소송을 낸 겁니다.

바이낸스의 불법 이득에 대한 추징과 민사상 벌금, 영구적인 거래 금지 등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미 당국이 칼을 빼든 직후 바이낸스의 고객들은 일주일간 약 21억달러, 2조원이 넘는 예치금을 인출했습니다.

바이낸스의 대응과 재판 결과는 곧바로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라이벌 거래소인 FTX 붕괴 이후 가상화폐 업계의 절대 강자가 된 바이낸스에 일어난 중대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때 천재로 칭송받았던 FTX의 창업자는 '코인사기범'으로 전락해 13개 범죄 혐의를 놓고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샘 뱅크먼-프리드 / FTX창업자> "FTX는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입니다. 하루에 약 150억 달러의 거래량을 처리하며 사용하는 지표에 따라 세계에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큰 거래소입니다."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으로 도피중 붙잡힌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도 중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른바 가상화폐 스타들이 잇따라 몰락하고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브래처 리 / 텍사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 "샘 뱅크먼-프리드의 감시 하에 FTX에서 행해진 사기 행위가 업계의 평판을 훼손했다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달콤할거라고만 믿었던 가상화폐가 독이 된 나라들도 적지 않습니다.

5년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가 보증 가상화폐를 발행한 중남미 베네수엘라는 이를 통해 걷어들인 석유대금 4조원을 날렸고,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인정한 엘살바도르는 가상화폐의 가치 하락 속에 경제 성장률 반등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레오노르 살바 / 엘살바도르 민간기업협회 이사> "문제는 이번 위기가 일시적인 가격 하락이 아니라, 여러 비트코인 고래와 글로벌 기업들을 정말로 견제하고 있어 회복되지 못하는 가치 하락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같은 폐단이 속속 드러나면서 가상화폐의 질주에도 조금씩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미 백악관은 "가상화폐가 금융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악의적인 행위자에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강력한 규제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애쉬 제눗 / 미국 비트코인협회 대표> "규제당국이 개인 투자자와 투자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업계가 가장 원하는 것은 정해진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올바른 방법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주요 7개국 G7 정상들은 다음달 일본에서 가상화폐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논의한 뒤 공동선언에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합뉴스TV 정호윤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암호화폐의 본질이자 장점은 기존 금융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암호화폐 기술로 금융자산을 보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 간 금융거래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분실이나 편의성의 이유로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예치하고 있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또한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감독과 규제에 나서고 있어 탈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차별성 마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세계 2위 암호화폐거래소 FTX가 파산하고 최근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까지 위기감이 커지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수익률이 높은 암호화폐에 투자 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세계적으로 관련 규제와 보호장치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각국은 규제 장치 마련에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생성 인공지능서비스 챗GPT에 이런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규제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첫째. 합법적인 거래소에서 거래내역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거래자의 신원 확인. 둘째, 암호화폐 종류나 거래 금액 제한. 셋째, 암호화폐에 세금 부과에 조세 확충. 대략적인 답은 AI도 인간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디테일을 만드는 데 지체해서는 안될 시점입니다.

앞으로 암호화폐의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됩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암호화폐규제 #암호화폐범죄 #암호화폐시장

PD 김선호

AD 허지수

송고 이광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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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