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약국에서 약사가 약을 정리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연구기관이 '약값이 너무 자주, 예측 불가능하게 깎여서 경영이 어렵다'는 제약업계의 오랜 불만에 대해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약품이 7년간 가격 변동을 겪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KIHASA)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건강보험 약제 사후관리의 합리화를 위한 제도 현황 분석 및 제언' 보고서를 보면, 이런 제약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 의약품의 가격은 생각만큼 자주 변동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 사용량-약가 연동제, 제네릭 등재 관련 약가 인하 등 여러 갈래의 사후 약가 조정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건강보험에 등재된 2만5천여 개 의약품의 가격 변동을 추적했는데, 분석 결과는 현장의 인식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분석 대상 의약품 2만5,556개 중 약 52.7%만 7년간 최소 한 번 이상 가격이 변동했는데, 이는 절반에 가까운 약품은 7년 동안 가격 변동이 전혀 없었음을 의미합니다.

가격이 변동된 약품 중에서도 97.4%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변동 횟수가 1회에서 3회에 불과했습니다.

7년간 4회 이상 가격이 조정된, 소위 '빈번한 약가 인하' 대상이 된 의약품은 전체의 1.3%에 불과한 극소수였습니다.

'약값이 너무 자주 깎인다'는 현장의 인식에 대해,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2년마다 시행되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나 대규모 '약가 재평가' 같은 비정기적 이벤트를 꼽았습니다.

이런 제도는 한 번 시행될 때 수천 개 품목의 가격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약가 인하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체감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비정기적인 약가 재평가, 가산종료 등을 제외하고 분석했을 때, 가격 변동을 겪은 의약품의 비율은 25.3%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보고서는 약가 조정의 '빈도'나 '제도의 개수'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며,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약품비 관리 정책에 명확한 '큰 그림', 즉 총괄 목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현재 방식은 여러 제도를 통해 개별 약의 가격을 산발적으로 관리할 뿐, 한 해 건강보험에서 약값으로 지출할 총액에 대한 목표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늘어나는 약품비를 통제하기에 급급하고, 제약사는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안정적인 경영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연구진은 한 해 건강보험에서 약값으로 지출할 총액 목표(총진료비의 특정 비율)를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설정하며, 설정된 목표를 초과하면, 프랑스나 대만처럼 제약사들이 초과분의 일부를 환급하는 등 총액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했습니다.

연구진은 "사후관리의 가장 주요한 목적이 재정 관리라면 약품비 자체를 관리하는 메커니즘을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총약품비 관리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현재의 사후관리 제도들이 각각의 취지에 맞게 더 효과적인 운영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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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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