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입짧은햇님[밀알복지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밀알복지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그우먼 박나래에 이어 먹방 유튜버 입짧은햇님(본명 김미경)이 이른바 '주사이모'에게서 무면허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 당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됐죠.

이러한 가운데, 두 사람이 주사이모 A씨에게 전달받은 '다이어트약'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최근 A씨는 박나래 전 매니저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입짧은햇님의 식욕억제제 복용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해당 대화에는 “햇님이는 (나비약을) 하루 3번, 많이 먹는 날에는 4번도 먹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A씨는 또 “햇님이가 내 약을 먹고 30kg을 뺐다”며 약의 효능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비약은 펜터민 성분의 식욕억제제를 일컫는 속칭으로, 알약 모양이 나비 같이 생겼다는 점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이 식욕억제제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요.

식욕억제제는 단순한 다이어트 보조제가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로 분류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약물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입니다.

만약 의사의 처방 없이 복용·소지·유통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나비약이라 불리는 다이어트약 ‘펜터민’과 복용 부작용, 그리고 나비약처럼 오남용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의약품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마약류 식욕억제제 ‘펜터민’[경남경찰청 제공][경남경찰청 제공]


◇ “‘나비약’ 펜터민은 마약류”…연간 2억정 넘게 처방

펜터민은 식욕을 억제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비만 치료를 위한 단기 보조제로 사용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만 치료 시 식사·운동·행동요법 등 비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한 후 필요한 경우에 한해 펜터민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약물을 사용할 경우에도 체중 감량 목표는 초기 체중의 5~10% 수준으로 제한하며, 미용 목적의 처방은 금지됩니다.

처방 대상 역시 엄격한데요. 일반적으로 만 19세 이상이면서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BMI 25 이상에서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이나 심혈관 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이 제한되거나 금지됩니다.

한편,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최근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 신약인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등장했지만, 치료 초기 단계에서는 기존 식욕억제제가 활용되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식약처 등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마약류 식욕억제제의 누적 처방량은 10억3,365만정으로 집계됐고요.

연도별 처방량은 2021년 2억4,342만정에서 지난해 2억1,713만정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년 2억정 이상이 처방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입짧은햇님' 영상 캡처유튜브 채널 '입짧은햇님' 영상 캡처


◇ 불면증·떨림 등 부작용…중독 시 우울·환청·망상도

펜터민과 같은 마약류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하는데요.

이 때문에 불면증, 떨림, 두통, 불안, 현기증 등의 부작용이 흔하고요. 폐동맥고혈압 같은 심각한 심혈관 문제 보고 사례도 있습니다.

특히 중독이 진행될 경우, 우울·환청·망상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보다 같은 효과를 위해 점점 용량을 늘리거나, 처방 기간이 끝나면 여러 병원을 돌며 처방을 계속 받으려 한다면 의존 및 중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약을 끊으면 불안·우울·무기력·집중력 저하가 심해져 다시 찾게 되거나, 체중 감량보다 각성·집중·기분 전환 목적으로 더 자주 복용하려 한다면 이 역시 의존, 중독이 의심됩니다.

펜터민 중독으로 인해 가슴 통증, 숨이 심하게 참, 맥이 매우 빠르거나 불규칙, 환청·망상, 현실 판단이 안 되는 상태, 폭력적이거나 극도로 불안정한 행동 등을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119를 부르거나 가까운 응급실을 찾아야 합니다.

경련, 의식 저하, 반응이 둔해짐, 갑작스러운 마비, 말이 꼬임, 한쪽 얼굴 처짐 중 하나라도 증상이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펜터민에 중독됐다면 단번에 혼자 끊으려하기보다, 처방한 비만클리닉·내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솔직하게 사용량과 증상을 이야기하고 서서히 감량해야 합니다.

상태에 따라 다른 치료(항우울제·불안치료·행동치료 등)와 병행할 수 있고요.

운동·수면·규칙적 식사·카페인 조절 등 생활습관 변화에 맞춰 약 비중을 줄여야 금단증상과 요요 현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엄윤희 강동성심병원 비만대사센터 교수는 "단기 비만치료제는 부작용과 내성 문제로 4~12주 이내의 단기 복용만 권장되며, 장기 복용은 금하고 있다"며 "건강한 다이어트는 최소 1년을 계획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어떤 약사’ 영상 캡처유튜브 채널 ‘어떤 약사’ 영상 캡처


◇ “'나비약' 중독에 죽은 사람도 있다"…약사의 경고

현직 약사들은 해당 약이 마약류에 해당하는 건 물론 사망 사례도 있어 “절대 먹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어떤 약사'에서 약사 박지인 씨는 “기사에 나온 약을 보자마자 알았다”며 “펜터민, 이뇨제, 카페인과 진통제가 섞인 약, 항우울제, 간장약, 위장약 조합”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제가 근무 약사 시절에 통통한 여성분이 처방받으러 오셨다. 이 조합으로 약을 받아 가셨다. 다음날 또 오셨길래 부작용을 설명해 드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매번 그렇게 일주일 안에 같은 조합으로 두 세트씩 처방 받았다. 그분이 처방을 6~7번 정도 받으셨다. 두 명 앞으로 3~4번씩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는데요.

박 씨는 "우리 약국에 경찰이 찾아왔다. 그분이 돌아가셨다더라. 의료 기록을 전부 떼어 간 걸로 봐서 이 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박 씨는 "나비약은 구조식은 조금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암페타민 계열이다. 필로폰과 비슷한 계열의 약물이라 보면 된다"며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과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의료계는 약물 자체보다도 유통 경로와 처방 과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사 당국은 해당 약물이 어떤 경로로 비의료인에게 전달되었는지, 도매상 유출인지 혹은 의료기관의 불법 대리 처방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의협은 또 “불법 행위가 확인된 당사자는 물론, 유통에 가담한 공급책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유튜버 개인의 해프닝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데요.

체중 감량을 향한 왜곡된 욕망, 약물 의존,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는 것입니다.

의료계 관계자는 “다이어트약을 ‘쉽게 살 빠지는 수단’으로 가볍게 소비하는 인식 자체가 위험하다”며 “약물은 치료의 영역이지, 유행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남용[연합뉴스TV 자료][연합뉴스TV 자료]


◇ '공부 잘하는 약'·'면접 잘 보는 약'도 오남용 주의

‘나비약’ 외에도 오남용의 굴레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의약품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는 약'으로 와전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치료제 메틸페니데이트가 대표적입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오남용되곤 하는데요.

정상인이 복용하면 불면, 환각, 식욕부진은 물론 심한 경우 조현병과 유사한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국가 차원에서 처방 이력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프로포폴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전신마취제인 에토미데이트를 찾는 '대체 투약' 현상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무색투명한 액체라 일명 '물뽕'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최근 식약처에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했지만, 연예인들이 불법 투약으로 적발되는 사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혈압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의약품 ‘인데놀’ 역시 오남용 사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심박 수를 낮춰 긴장을 완화해주기 때문에 면접이나 시험 전에 먹는 '면접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의사 처방 없이 지인에게 빌려 먹는 경우가 많은데, 천식 환자나 심장 질환자가 오용하면 호흡 곤란 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공통적으로 뇌의 보상 체계와 자율신경계에 직접 작용하여 심각한 정신적·체체적 의존성을 유발하는데요.

전문가들은 한순간의 편의를 위해 약물에 의존할 경우 뇌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부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처방 이력을 추적하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음성적인 거래는 여전히 활발합니다.

결국 의약품 오남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단속과 더불어 약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올바른 인식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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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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