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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곳…부산 아미동 비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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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곳…부산 아미동 비석마을
  • 송고시간 2020-06-25 21:01:48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곳…부산 아미동 비석마을

[앵커]

한국전쟁 당시 전란을 피해 전국의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었는데요.

집을 지을 공간이 부족해지자 산에 있는 공동묘지 위에 집을 짓고 살기도 했습니다.

전쟁이라는 끔찍한 역사가 만들어낸 아주 특별한 공존의 현장을 부산시가 나서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고휘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부산 산복도로 동네 중에서도 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서구 아미동.

모두 24개 통으로 이루어진 이곳 중 16통부터 19통까지 4개 통은 특별한 장소입니다.

공동묘지 위에 집을 짓고 마을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1949년 부산 인구는 47만명이었지만, 전쟁 이후인 1952년엔 85만 명에 달했습니다.

늘어난 인구에 집 지을 곳이 마땅치 않자 피란민들은 산으로 올라갔고, 심지어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일본인 납골묘 일대 위에 천막을 치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손정미 / 문화해설사>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남으로 내려오신 분들이 갈 곳이 없잖아요. 부산역에 가면 천막이랑 종이쪽지를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들고 산19번지 아미동 써놓아서 물어보고 올라와서 보니까 주변에 널린 게 돌이고…"

상황이 나아지자 천막을 치우고 판잣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건축 자재가 없어 묘지 비석이나 상석, 불상 등을 떼어다가 집을 지었습니다.

이 담벼락도 사실 이렇게 곳곳에 비석들이 발견되는데요.

비석인 점을 감추기 위해서 페인트를 칠해놓은 상태입니다.

무덤 위에 집을 짓고 살다 보니 꿈속에서 귀신도 자주 봤을 정도였다고 기억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먼저 터를 잡고 있었던 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인근 절에선 매년 음력 6월 6일이 되면 위령제를 지내고, 주민들도 그곳을 찾아 명복을 빌고 있습니다.

아미동 비석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보전하고자 부산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신구 /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아미동 비석마을은 그 당시에 피란민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이나 치열했던 생존의 현장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시는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용역에 착수했으며, 건축물 등의 훼손을 막기 위해 문화재등록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연합뉴스TV 고휘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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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