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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았던 한달…그만두는 날에도 쏟아진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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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지옥 같았던 한달…그만두는 날에도 쏟아진 폭언
  • 송고시간 2021-06-17 06:05:56
지옥 같았던 한달…그만두는 날에도 쏟아진 폭언

[앵커]

생계를 위해 건설현장에 뛰어들었던 여성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불과 한 달이었지만 지옥같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말못할 이유로 숨죽이고 있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 건 아닌지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정지훈 기자입니다.

[기자]

"어느 순간에 여기선, 내가 이 현장에 '야. 야. 어이'...사람들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게 나를 도대체 뭐로 생각하는지…."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A씨가 다른 동료에게 털어놓은 내용입니다.

화재감시원으로 입사한 A씨는 비인격적인 대우를 견디며, 무거운 쇠파이프를 옮기란 지시도 묵묵히 따랐습니다.

하지만 A씨를 더 힘들게 한 건 육체적 고통이 아닌 직장상사들의 괴롭힘과 성희롱이었습니다.

"하루 하루가 지옥같아. 하루 하루가 너무 지옥 같아요. 언니. 정말 1분 안 쉬고 일하는데"

7장 분량의 유서엔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로 성희롱을 당했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견디다 못해 피해 사실을 노조에 알리고 일을 그만두려던 날도 가해자들은 A씨를 향해 폭언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엄마가 원하는 건 정말 진심 어린 사과고, 법적으로 확실한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엄마가 원하는 건데 그 사람들이 뭘 해도 우리 엄마가 돌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노조는 결국 2차 가해가 A씨를 숨지게 했다며 경찰과 노동청 등 관계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김은주/포항여성회장> "살아생전 고인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번 사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명백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A씨 사건을 계기로 노조는 지역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 79명에 대한 긴급 실태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11명이 직접적인 성희롱과 성추행 또는 폭언·폭설 피해를 겪었고 16명은 동료가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노동청은 해당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에 나섰습니다.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관계자> "심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게 만약에 고인이 일회성 내지 단발성으로 했는데 사실 극단의 선택까지 갈 이유가 별로 없다고 보이거든요."

노동청은 의무교육 실시 여부 등 행정적인 측면은 물론, 현장에서 위법 행위가 없었는지 다각도로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연합뉴스TV 정지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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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